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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11.21)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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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11-21 15:47 조회5,23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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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도왕 대축일 나해

 

 

예수님, 하느님 나라의 임금님 

 

지난 세월 우리나라는 얼마나 불안정했습니까? 앞으로는 또 얼마나 그래야 하겠는지요? 국경이 없는 나라, 아름다운 마음으로 하나 된 사람들의 나라, 진실의 나라, 성실의 나라, 용서의 나라, 더불어 함께 사는 나라. 예수님이 세우려고 하시던 그 나라는 과연 상상 속의 나라, 갈 수 없는 나라일까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빌라도에게 설명해주셨지만 좀처럼 알아듣지 못하였던 그 하느님 나라는 성경에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구약의 예언자 이사야는 구세주가 올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구세주가 통치할 나라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그가 민족 간의 분쟁을 심판하시고 나라 사이의 분규를 조정하시리니, 나라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리라. 민족들은 칼을 들고 서로 싸우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군사 훈련도 하지 아니하리라. 그는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것으로 기쁨을 삼아 겉만 보고 재판하지 아니하리라. 가난한 자들의 재판을 정당하게 해주고 흙에 묻혀 사는 천민의 시비를 바로 가려주리라. 그의 말은 몽치가 되어 잔인한 자를 치고 그의 입김은 무도한 자를 죽이리라. 그는 정의로 허리를 동이고 성실로 띠를 띠리라. 늑대가 새끼 양과 어울리고 표범이 숫염소와 함께 뒹굴며 새끼 사자와 송아지가 함께 풀을 뜯으리니 어린아이가 그들을 몰고 다니리라. 암소와 곰이 친구가 되어 그 새끼들이 함께 뒹굴고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으리라. 젖먹이가 살모사의 굴에서 장난하고 젖뗀 어린아이가 독사의 굴에 겁 없이 손을 넣으리라. 그의 거룩한 산 어디를 가나 서로 해치거나 죽이는 일이 다시는 없으리라. 바다에 물이 넘실거리듯 땅에는 하느님을 아는 지식이 차고 넘치리라." (이사야 11,3-9)

 

그 후 약 700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이 세상에 오신 구세주 예수님은 다음과 같이 하느님 나라에 대해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느님 나라를 무엇에 견주며 무엇으로 비유할 수 있을까? 그것은 겨자씨 한 알과 같다. 땅에 심을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더욱 작은 것이지만 심어 놓으면 어떤 푸성귀보다도 더 크게 자라고 큰 가지가 뻗어서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된다.” (마르코 4,30-32)

 

한번은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와서 선생님, 제가 무슨 선한 일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왜 너는 나에게 와서 선한 일에 대하여 묻느냐? 참으로 선하신 분은 오직 한 분뿐이시다. 네가 생명의 나라로 들어가려거든 계명을 지켜라하고 대답하셨다. 그 젊은이가 저는 그 모든 것을 다 지켰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무엇을 더 해야 되겠습니까?” 하고 다시 묻자 예수님께서는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라. 그러면 하늘에서 보화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시키는 대로 하고나서 나를 따라 오너라.” 하셨다. 그러나 그 젊은이는 재산이 많았기 때문에 이 말씀을 듣고 풀이 죽어 떠나갔다. (마태오 19,16-22)

 

예수님이 이 세상을 떠나신 뒤 당신의 제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예수님의 뜻을 따라 다음과 같은 생활을 하였습니다.

 

"믿는 사람은 모두 함께 지내며 그들의 모든 것을 공동 소유로 내어놓고 재산과 물건을 팔아서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나누어주었다. 그리고 한 마음이 되어 날마다 열심히 성전에 모였으며 집집마다 돌아가며 같이 빵을 나누고 순수한 마음으로 기쁘게 음식을 함께 먹으며 하느님을 찬양하였다. 이것을 보고 모든 사람이 그들을 우러러보게 되었다." (사도행전 2,44-47)

 

이렇게 성경을 통해서 살펴보면 이사야가 예언하고 예수님께서 가르치셨던 하느님 나라는 이웃사랑의 정신이 지배하는 나라입니다. 특히 하느님 나라에서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한 우선적인 선택이 이루어집니다. 하느님 나라는 어떤 특정한 지역에, 어느 특정한 때가 오면 이룩될 나라가 아니고, 그곳이 어디든 사랑이 욕심을 이기는 곳이면 '지금 여기(Now and Here)'에 발생(發生)하는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거창한 정치적 성공이나 경제적 풍요로움으로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 겨자씨 같은 작은 사랑으로 시작되는 생명력(生命力)있는 나라입니다. 재분배하지 않는 재물의 지나친 축적은 하느님 나라의 최대 걸림돌입니다. 그래서 초대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공동소유(共同所有)의 생활을 했습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 인간은 늘 이상(理想)국가를 꿈꾸며 살아갑니다. 특히 어려운 현실을 앞에 두고는 그 이상국가를 더욱 그리워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이상국가와는 너무나도 요원한 상황 속에 살고 있습니다. 물질주의(物質主義)의 만연, 불공정(不公正)한 분배(分配), 가난한 이들의 소외(疎外), 깨져나가는 자연(自然)과의 조화(調和) 등등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가 막연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말씀 한마디가 우리에게 희망(希望)을 주고, 시작할 수 있는 용기(勇氣)를 주는 그런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루카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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