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나해 연중 제29주일(10.17)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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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10-17 15:19 조회5,712회본문
* 연중 제 29주일 나해
“지도자는 겸손하게 섬기는 실천주의자”
이 세상에는 ‘長’字가 붙어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반장, 회장, 이장, 면장, 구청장, 시장, 참모총장, 국회의장, 교장, 학장, 총장, 구역장, 분과장, 총회장 등등. 그들은 모두 다수의 사람들을 통솔해야 하는 중요한 의무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장’자가 붙은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카리스마, 박학한 지식, 넓은 인간관계, 자상함, 통찰력과 비전, 유머 감각, 위기해결 능력 등등 이런 것일까요?
오늘 복음에는 예수님 당시 세도를 부리던 민족들의 통치자와 고관들, 그리고 그것을 은근히 부러워하던 당신의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경고 말씀이 나옵니다. 예수님은 우선, 그들이 높은 자리를 탐하고 세도만 부릴 줄 알지 겸손하게 남을 섬기는 일은 전혀 실천하지 않는 것을 꼬집으십니다. 좋은 말은 누구나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실천은 쉽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말보다는 실천을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실되게 알지 못합니다.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생의 힘겨움과 슬픔과 고통을 제대로 모릅니다. 그런 지도자는 말로써 사람을 죽이고도 그것을 모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말보다는 섬김을 실천할 줄 알고 그런 체험이 많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다음으로 예수님은 그들의 명예욕을 질책하십니다. 지도자들도 인간인지라 많은 경우에, 자신의 고생을 남에게 보이고 싶어하고, 인정과 칭찬을 받고 싶어하고, 높은 사람으로 드러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참 지도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지도자는 사람들을 잘 통솔하는 데 전념해야지 자신들의 명예나 안위(安慰)를 추구할 여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도자는 자신이 통솔해야할 사람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섬길 줄 알아야 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의무감에서 그 일을 행하거나, 자신을 위해서 그들을 이용하려 해서는 절대 안 되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열정을 가지고 일에 전념하는 사람이 참 지도자입니다.
오늘 예수님이 마지막으로 제시하신 지도자의 덕목은 겸손인데 그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참된 지도자는 자신을 낮추면서 사람들을 섬기는 겸손한 지도자입니다. 참된 권위의 원천은 겸손입니다. 겸손한 지도자에게는 유혹도 없고 적도 없습니다. 겸손은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굳게 뭉치게 하며, 한 곳을 향하여 기꺼이 나아가게 합니다. 겸손은 유약한 사람에게서가 아니라 강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고, 강한 힘을 발휘하는 무기입니다. 그래서 예수님 당대의 교만한 사람들이 예수님의 겸손을 가장 두려워했었습니다.
교우 여러분, 전능하신 창조주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극진히 사랑하사 자신을 낮추시어 인간이 되시고, 십자가 고통을 지신 채 인생의 바닥을 기어가셨습니다. 그분이 바로 참 지도자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셨고, 병자들과 죄인들을 측은히 여겨 어루만져 고쳐주셨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의 리더십에 매료되어 그분에게 화려한 금관을 씌어 왕으로 모시려 했지만, 그분은 고통의 가시관을 쓴 사랑의 왕이 되셨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우리에게 참 지도자는 겸손하게 사람들을 섬기는 실천주의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부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모든 지도자들도 그렇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마르코 10,4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