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나해 연중 제21주일(08.22) 신성길 니콜라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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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1-08-22 11:51 조회5,910회본문
연중 제21주일 -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 의식
2021년 5월, 한국에서 발표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 의식”이라는 보고서가 우리 종교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통계 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에서 10년 단위로 통계를 내는 조사인데, 2004년, 2014년, 2021년의 통계를 비교하여 지금의 종교 현상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2021년의 통계는 원래 2024년에 실시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종교 인구 급감과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2021년에 조사를 실시했음을 부연설명하고 있습니다.
통계 조사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먼저 한국 성인 중 종교인 비율은 2004년 54%, 2014년 50%, 2021년 40%로 17년 전에 비해 14% 빠른 속도로 감소했습니다. 특히 20·30대 젊은이들의 탈(脫)종교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는데 2004년 20대 종교인은 45%에서 2021년에는 22%로 23%가 감소했고, 30대는 2004년에는 49%에서 2021년에는 30%로 19%가 감소했습니다.
아울러 한국인의 종교 분포는 개신교 17%, 불교 16%, 천주교 6%인데 그 중에 비종교인의 호감 종교는 불교 20%, 천주교 13%, 개신교 6%이고, 비종교인 중에 '호감 종교 없다'는 응답은 2004년 33%, 2014년 46%, 2021년에는 무려 61%로 17년 전에 비하면 두 배의 사람들이 종교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들로는 '관심이 없어서',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나 자신을 믿기 때문'순이었다고 통계 조사는 보고하고 있습니다.
위의 통계 조사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을 몇 가지로 요약해 보면, 첫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감소하고 있고, 둘째 20·30대 젊은이들이 종교를 등지고 있으며, 셋째 비종교인들 중에서 종교에 대한 무관심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연중 제21주일의 복음 말씀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기 거북해서 예수님 곁을 떠나갔다는 상황을 먼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은 열두 제자에게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물으시자 베드로가 예수님께 대한 신앙을 고백했다고 덧붙여 말합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들 중에도 예수님의 말씀이 이해가 안 되거나 듣기가 거북해서 더 이상 예수님을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고향과 생업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남은 사람이 열둘이라는 얘기는 사실 대부분은 다 떠나갔고 소수의 사람만이 예수님 곁에 남았다는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복음을 읽는 우리의 입장에서 예수님 곁에 남은 열두 제자는 옳은 선택을 했고, 예수님 곁을 떠난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앞서 언급한 통계 조사와 굳이 비교해 보자면 예수님 곁을 떠난 사람은 예수님 진리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해 구원과 생명의 길을 져버렸다고 비난만 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요즘은 종교를 믿지 않고, 교회에 안 나오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예수님께서 좀 더 쉽고 자상하게 말씀해 주시지, 많은 이들을 포옹할 수 있도록 더 따뜻하게 환영해 주시지’라고 “쓸데없는 미련”을 가져보지만 오늘날 우리 교회를 생각해 보면 이런 “쓸데없는 미련”을 제대로 실현해야 하는 책임감이 들기도 합니다.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고, 교회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만 간다고 비판만 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통계 조사에서 나타난 현상과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사람들에게 예수님 진리의 말씀을 더 쉽게 설명하고, 사람들을 따뜻이 맞아줄 수 있는 교회가 되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종교와 교회는 미래가 없어 보입니다. 그런 뜻에서, 저는 통계 조사의 결과를 보면서 가톨릭 교회가 지향해야 할 세 가지 점을 함께 성찰해 보았으면 합니다.
첫째는 공동체 신앙의 회복입니다. 현대의 가장 큰 사회 문제 중의 하나는 개인화입니다. 개인화된 사회는 종교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문제입니다. 우리는 종교, 사회 양 면에서 공동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신앙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입니다. 개인적 신앙이 개인화를 낳는 것입니다.
둘째는 젊은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정교육, 자녀교육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이들이 사회생활을 할수록 학교, 직장에서 받는 유혹과 갈등은 갈수록 증가합니다. 이들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더 어려서부터 유아교육, 가정교육을 통해 젊은이들이 바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셋째는 호감이 가는 교회 공동체로서의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도쿄도 내의 유일한 한인 성당인 우리 공동체가 도쿄도 내의 한국인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자리매김 되어 있는가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문턱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 우리들 안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이 밖에도 우리가 성찰해 보고 반성해 봐야 할 주제는 많습니다. 통계 조사와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며 우리가 코로나 이후의 교회의 모습과 미래를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