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연중 제6주일(02.13) 안진형 라파엘 부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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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2-13 16:19 조회5,387회본문
찬미예수님!
이 말을 2년여 만에 해보는 것 같습니다. 동경한인본당 신자여러분 찬미예수님!
저는 도쿄 옆에 있는 사이타마교구에서 지내고 있는 안진형 라파엘이라고 합니다. 사이타마교구는 기타간토의 4개 현(도치기, 군마, 이바라키, 사이타마)의 약 50개 본당 사목을 맡고 있습니다.
제가 일본에 온 건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일 무렵 그러니까 코로나 직전이었습니다. 진작에 한인성당에 인사를 못드린 건 일본에 오자마자 코로나 사태로 반년 간 도치기현, 나머지 반년은 군마현의 본당에서 거의 갇혀지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도쿄에 있는 신학교의 부제반 과정을 1년간 하라는 주교님의 명을 받들어 생각지도 못한 두번째 신학교 생활을 일본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남자들 군대 두번은 가기 싫다고 말하지요. 신학교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걱정이 앞섰습니다.
“아직 일본어도 서툰데 괜히 민폐를 끼치는 게 아닐까?” 그래서 1년동안 신학교 공동체에 도움은 안되더라도 피해는 주지 않도록 조용히 지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학기 초 신학교 신부님과 면담때 이런 얘기를 했더니 돌아온 피드백은 “자신이 가진 좋은 점, 장점을 공동체를 위해 드러내도록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걱정만 했을까?” 내 능력으로 할 수 없다는 판단에는 「하느님의 일」에 맡긴다는 겸손함이 결여된 저의 오만함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걱정은 고이 접어두고 부족한 부분은 하느님께서 채워주시리라 믿었기에, 1년간의 일본 신학교 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오늘 미사에서 낭독된 성경의 말씀을 되새겨 봅시다. 제1독서의 예레미야 예언자는 말합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는 복되고, 물가에 심긴 나무와 같이 두려움 없고 걱정이 없다.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현세만을 위하여 그리스도께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모든 인간 가운데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일 것이나,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의 믿음이 가치있고 의미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미워하면, 그리고 사람의 아들 때문에 너희를 쫓아내고 모욕하고 중상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그날에 기뻐하고 뛰놀아라. 보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오늘 미사의 세 성경 말씀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바로 「주님께 대한 신뢰」 다시말해 믿음에 바탕을 둔 “희망” 입니다.
친애하는 동경한인본당 교우 여러분! 고국을 떠나, 부모형제를 떠나,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결코 녹녹치 않은 일임을 저보다 더 깊이 느끼시리라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특히 그리스도교 신자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로 많은 이들에게 “별난 사람” 취급을 받는 것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이국에서도 신앙생활을 이어가시는 많은 형제 자매님들이 계신다는 것, 그 존재만으로도 저에게는 많은 힘과 위로가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은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 대한 신뢰」가 있다면 이 모든 어려움을 분명 지혜롭게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노래한 화답송으로 강론을 끝맺고자 합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신뢰하는 사람”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 같아, 제때에 열매 맺고, 잎이 아니 시들어 하는 일마다 모두 잘 되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