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연중 제2주일(01.16)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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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1-16 15:40 조회5,364회본문
* 연중 제 2주일 다해
“예수님이 시키시는 대로”
예수님과 성모님의 관계는 참으로 아름다운 관계입니다. 늘 고요하신 성모님, 늘 예수님을 신뢰하시는 성모님의 모습 그리고 어머님께 대한 예수님의 따뜻한 사랑과 정이 오늘 복음에는 전해지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 성모님의, 아들 예수님께 대한 신뢰심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이런 신뢰심은 하루아침에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잉태하실 때부터, 예수님을 기르시면서, 성장하신 예수님을 곁에서 지켜보시면서, 그 모든 일을 마음에 깊이 새겨 오셨던 결과입니다.
성모님은 신앙인의 완벽한 모델이십니다. 성모님은 예수님 곁에서 늘 예수님을 위해 기도하시며, 그분이 잘 활동하시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돕는다고 하면서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늘 자신을 내세우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우리들과는 달리, 성모님 그분은 결코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남모르게 예수님을 도우셨습니다. 또한, 예수님께 “이렇게 해 달라. 저렇게 해 달라.” 하지 않으시고 전폭적인 신뢰를 가지고 그분께 모두 맡기셨습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경우에, 예수님께 모두 맡겨드리지 못하고, 내가 끝까지 해보려고 발버둥 치다가 지쳐 넘어지곤 했습니까?
교우 여러분,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는 물질적인 발전을 통해서 많은 편리함을 누리고 있습니다. 편리함이 많아지니 고생이 덜하고, 고생이 덜하니 희생도 별로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편리함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뎌지게 하여, 그 편리함을 누릴 수 없는 불행한 사람들을 잊어버리게 만들었습니다. 이 사회에 깨어있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몸이 편리하면 편리할수록 마음에는 불편한 것이 더 많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몸이 편해지고 마음이 무뎌지면 사랑은 설 자리가 없습니다. 사랑이 없는 인생은 무의미 그 자체입니다. 우리 현대사회에는 사랑이신 예수님이 활동하실 자리가 점점 없어져 갑니다.
우리 삶의 시작 이전에 영원이 있었고, 우리의 죽음 이후에 영원이 있을 터인데, 우리는 칠 팔십 년의 우리 인생이 그저 편리하고 걱정 없기를 바라며 그 짧은 인생에 모든 것을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인생 그 시작 이전에 하느님이 계셨고, 그 마지막 죽음을 넘어서 하느님께로 가는 다리가 예수님이심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우리 삶 안에서 활동하셔야만 우리는 허무를 넘어 의미로, 유한을 넘어 영원으로, 현실을 넘어 신비로 확장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술이 떨어져 썰렁해져 버린 혼인잔치가 예수님이 시키시는 대로 하자 맛있는 포도주와 함께 행복한 잔치로 변했습니다. 우리 시대에도 예수님이 활동하실 수 있도록 자리를 내드려야 합니다. 예수님이 잘 활동하시도록 우리가 도와드려야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할 때, 맹물 같이 아무 맛없던 우리 인생이 귀한 포도주처럼 향기롭고 맛있는 인생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우리 인생의 포도주는 바로 사랑이고, 그 사랑은 바로 예수님이 만들어 주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