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사순 제4주간 월요일(03.28)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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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3-27 15:25 조회4,602회본문
* 사순 제 4주간 월요일 (요한 4,43-54)
“믿고 떠나갔다”
어려서는 부모님이 항상 함께 계시면서 모든 것을 챙겨주시지만, 성장하면서 우리는 부모님을 떠나야 하고, 부모님이 세상을 떠나시면 그분들에 대한 사랑의 기억이 우리를 지탱해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한 왕실의 관리는 자기 아들을 살리기 위해 예수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자기 집에 가서 아들을 고쳐주시기를 간절히 청했지만, 예수님은 함께 가시지 않고 “가거라. 네 아들은 살아날 것이다.”라고 말씀만 하셨습니다. 이때 보통 사람 같으면 아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예수님이 함께 가시지도 않으면서 ‘네 아들이 살아날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을 믿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왕실 관리는 예수님의 말씀을 믿고 떠나갔다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그 믿고 떠나는 '용기와 성숙함'을 본받아야 합니다.
역사 속에서 우리와 함께하셨던 예수님도 지금은 떠나고 안 계십니다. 성당에서 기도하고 활동할 때 우리는 주위 교우들의 많은 지지와 위로를 받지만, 삶의 현장으로 나갔을 때는 혼자입니다. 위기가 닥쳤을 때, 홀로일 때 굳건한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바로 성숙한 신앙입니다. ‘복을 청하지 마라, 네가 복이 되어라.’는 말도 있습니다. 내 인생이 외롭고 고달플지라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믿음이 되고, 희망이 되는 그런 성숙한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