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주님 부활 대축일(04.17)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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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4-17 15:46 조회4,579회본문
* 예수 부활 대축일 다해
“부활의 아침”
부활 축하합니다! 예수님의 부활과 여러분의 부활 모두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여러분, 눈을 감고 조용히 느껴보십시오. 정말로 기쁩니까? 기쁘다면 무엇 때문에 기쁘고, 기쁘지 않다면 왜 기쁘지 않은 걸까요?
우리는 사순절 첫날 재의 수요일에,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며 비장하게 극기와 보속의 시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어느덧 46일이 지나고 부활축일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은 분도 계시고, 절식을 해서 체중이 빠진 분도 계실 것입니다. 사순절 동안 자기를 정화하고, 이웃을 용서하고, 주님의 수난에 함께 깨어 있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부활축일을 맞은 오늘 그렇게 크게 기쁘지 않아 참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거기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부활이란 것이 예수님의 공로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스스로 부활하려고 몸부림쳤다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부활을 위해 가장 결정적인 요소인 ‘죄의 사함’과 ‘새 생명의 부여’는 예수님께서 감당해 주시는 것임을 간과한 것입니다. 성목요일 만찬 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생명을 떼어서 우리에게 나누어 주셨습니다. 또한, 성금요일 당신께서 돌아가실 때는 우리의 모든 죄를 당신이 안고 돌아가심으로써 그것을 없애주셨습니다. 오늘 부활축일, 예수님 덕분으로 우리는 용서받은 순결한 영혼으로, 새 생명을 부여받은 새로운 몸으로 재생하는 것입니다.
지난 사순절 우리는 열심히 죄와 싸웠지만 결국은 이기지 못하였고, 부활의 날개를 얻으려 했지만 죽음이라는 운명의 무게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사순절이 끝나고 부활축일을 맞는 오늘 우리는 선물로 주어지는 이 부활을 온 맘으로, 온몸으로 맞아들여야 합니다. 이 부활은 우리 스스로는 절대 불가능한 것을 예수님께서 어렵게, 어렵게 마련하신 소중한 선물입니다. 순결하고 사랑밖에 모르시던 예수님께서 온갖 오해와 질투를 받고, 채찍질과 조롱을 당하며, 무거운 십자가에 짓눌려 넘어지고, 십자가에 매달려 질식해 돌아가시면서 마련하신 부활입니다. 이 소중한 부활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교우 여러분, 만약에 오늘 우리가 기쁘지 않다면, 이미 용서받은 죄임에도 죄스러움을 아직 가슴에 품고 있고, 새 생명이 주어진 새로운 몸인데도 새 아침의 공기를 호흡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부활하려 할 때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들입니다.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 새 생명을 살려면 헌 생명을 죽여야 하는데 그리하면 다시 살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새 영혼이 되려면 죄의 용서를 받아야 하는데 예수님이 용서를 해주셔도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그 교만함 말입니다. 그 두려움과 교만함을 훌훌 털어버리고 예수님이 주시는 부활을 맞아들이십시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라는 증거가 있고, 제자들이 그 증인이며, 우리가 또한 그들의 제자가 아닙니까?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부활의 아침은 밝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새 아침을 가져다주셨습니다. 우리가 죄와 죽음을 이기지 못해도 아침은 옵니다. 죄와 죽음이 우리를 이겨도 아침은 옵니다. 예수님이 죄와 죽음을 이기셨습니다. 우리는 눈을 뜨기만 하면 됩니다. 눈을 뜨십시오. 새 아침을 맞이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