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연중 제8주일(02.27)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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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2-27 15:45 조회4,978회본문
* 연중 제 8주일 다해
“조용한 마음”
저는 강아지가 참 좋습니다. 강아지가 무조건 꼬리를 치며 반겨주어서가 아니라, 가끔 말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강아지의 눈을 한참 들여다보며 말없이 마음으로 대화하기를 좋아합니다. 강아지는 말이 없이 잘 들어줍니다. 강아지는 거짓말도 하지 않고 남을 비난하는 말도 하지 않으며, 제 말에 대한 비밀도 꼭 지켜줍니다.
오늘의 독서 말씀과 복음 말씀은 우리에게 이런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말조심하라. 말을 적게 하라. 말은 인격의 외적표현이다. 너 자신을 먼저 알고 겸손하라. 남을 비판하는 말을 누가 감히 할 수 있겠는가? 위선을 버려라."
우리는 말 많고 시끄러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거짓말이 난무하는 위선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말이란 마음속의 진실을 전하는 소리인데 그것이 거짓이 될 때, 실천이 없을 때, 그것은 소음이 되고 위선이 됩니다.
그러면 우리 마음과 언행이 일치하고, 남을 험담하지 않고 진실을 얘기하며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 마디로 '자기성찰'이란 것이 꼭 필요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조용히 진지하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집니까? 혹시 가끔 그렇게 자기성찰의 시간을 가진다면 얼마나 객관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십니까?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참 중요한 일입니다. 항상 습관적으로 자기합리화를 하고 자기는 정당하다고 여기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객관적으로, 양심적으로, 나아가서 하느님의 눈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볼 때, 우리는 자기중심적인 오류에서 벗어나 진실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변화되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진실하고 온유해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자기성찰을 통해서, 우리의 말이 항상 진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실은 시끄럽지 않습니다. 우리의 말이 항상 겸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겸손은 사람을 해치지 않습니다. 우리의 말이 항상 사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은 차가운 비판이 아니라 따뜻한 지지입니다.
그리고 세상이 좀 조용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고요함 속에서 해가 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별이 지는 소리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의 고독한 삶이 영원으로 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기의 죽음도 차분히 예비하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