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06.19)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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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6-19 14:35 조회4,540회본문
*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다해
“영혼의 음식”
장미는 아무 색깔도 맛도 없는 물을 먹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우리는 미사 때 아무 맛도 없는 성체를 받아먹지만 그 성체의 힘으로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워야 합니다. 성체는 몸을 바쳐 우리를 사랑하다 돌아가신 예수님의 몸뚱어리이기 때문입니다. 성체는 사랑 덩어리입니다. 사랑 덩어리를 먹었으니 사랑의 힘으로 사랑을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매일 밥상을 받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밥을 먹고 밥상을 치웁니다. 그러나 그 밥상은 농부들의 피땀이 어린 열매들이고, 그 가정 가장(家長)의 고생이 담겨있는 결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미사 때 성체를 영(領)하는 것은, 사랑을 위한 예수님의 고뇌와 결단을 우리가 먹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사랑을 위하여, 우리에게 당신의 가장 소중한 살과 피를 내어놓으셨으니, 우리도 사랑을 위하여 우리의 가장 소중한 것을 희생할 줄 알게 되어야 합니다.
교우 여러분, 오늘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맞이하여, 우리의 덤덤하고 습관적인 영성체를 반성해보고, 좀 더 의미 있는 영성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우리의 마음 자세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첫째, 영성체를 하기 전에 진심으로 ‘통회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이 당신의 몸과 피까지 내어주시며 돌아가신 이유는 바로 우리들의 교만함과 무딘 마음과 욕심 많은 죄악을 용서하시기 위해서였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희생 덕분에 우리는 스스로 죄악에 얽매여 괴로워하다 죽지 않고 하느님의 용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겸손하게 우리의 잘못들을 뉘우치고,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고, 원한 있는 사람과 먼저 화해하고 나서 영성체를 하는 것이 옳습니다.
둘째, 영성체를 할 때 예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부족한 우리를 사랑해주시고, 우리가 진정한 행복을 누리게 하기 위해서 당신 몸과 피를 우리에게 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성체를 영할 때 죄스럽고 부족한 우리를 예수님께서 죽기까지 사랑해주셨다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우리는 보잘것없는 사람을 위해 죽지 못하는데, 우리는 예수님을 죽기까지 사랑하지 못하는데, 그분은 고맙게도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셋째, 영성체를 하고 나서는 예수님께 ‘보답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를 사랑해주시고, 용서해주시고, 참 행복을 알게 해주시기 위해 목숨을 내놓으셨으므로, 우리는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사랑을 실천하기로 결심해야 합니다. 예수님이 늘 당부하셨던, 자기 몸처럼 이웃을 사랑하고 벗을 위해 목숨 바치겠다는 결심과 실천만이 예수님의 큰 희생에 대한 맞갖은 보답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미사는 주문을 외워서 빵과 포도주를 살과 피로 만드는 마술쇼가 아닙니다. 영성체는 습관적으로 비타민을 먹는 것과 아주 다릅니다. 영성체는 세상과 우리 모두의 죄를 용서하시고, 사랑을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몸을 실제로 먹는 일입니다(Anamnesis). 그러나 우리에게 믿음이 없다면 성체는 밀떡에 불과하고, 우리에게 사랑이 없다면 예수님의 살이나 푸줏간의 고기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리고 영성체를 할 때, 우리에게, 회개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과, 보답하려는 그 마음이 없다면, 예수님의 고통스러운 죽음은 헛된 죽음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