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성모의 밤(05.28)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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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5-29 09:37 조회4,637회본문
* 성모의 밤 (루카 1, 46-55)
“우리 성모님 얼굴”
신록이 짙어가는 오월의 아름다운 저녁에 우리는 이렇게 성모상 앞에 모였습니다. 우리에게 예수님을 가져다주신 고마우신 성모님께 감사드리기 위해 이렇게 성모상 앞에 모여 있습니다. 세상에는 예쁜 성모상이 많지만, 활짝 웃으시는 성모님 상은 본 적이 없습니다. 무슨 번뇌 때문인지 약간은 침통한 얼굴을 하시고 두 손을 정성껏 모아 빌고 계신 성모상을 바라다보면 성모님의 아픔은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방금 읽은 복음에서 성모님은, 하느님께서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사람들을 흩으시고, 권력 있는 사람들을 끌어내리시고, 부유한 사람들을 빈손으로 내치셨다고 하느님을 찬양하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아직도 교만하고, 권력 있고, 부유하니 성모님의 마음이 아프시지 않은가 싶습니다.
힘든 일을 요구하시는 하느님 말씀을 전해 듣고 “당신 뜻이 이루어지소서.” 하고 답하셨던 겸손하신 성모님, 시골 목수의 아내로 마구간에서 출산하고, 이집트로 피난 다니셔야 했던 가난하고 약하셨던 성모님. 그 성모님과 비교하여 우리의 모습은 너무나 자기주장이 강하고, 돈과 힘에 의존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느님은 당신 구원사업의 최대 협력자로 가난한 시골 목수의 약혼녀를 택하셨습니다. 화려함을 택하지 않고 소박함을 택하셨으며, 비범(非凡)이 아니라 평범(平凡)을, 지식이 아니라 믿음을, 부(富)가 아니라 가난을, 달변(達辯)이 아니라 침묵을 택하셨습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소박함은 화려함보다 아름다우시며, 성모님의 가난은 부유함보다 풍요로우시며, 성모님의 믿음은 지식보다 지혜로우시고, 성모님의 침묵은 달변(達辯)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하느님은 성모님을 택하심으로써 가난하고 겸손한 사람들에게는 희망과 평화를 가져다주시고, 권세 있고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회개의 길을 갈 수 있게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성모님을 택하심으로써 세상 모든 사람이 구원되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를 위해 아픔을 안고 간절히 기도하고 계신 성모님을 위해, 우리도 하느님의 선택을 받는 겸손한 사람들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우리가 그렇게 변할 때 우리 성모상의 얼굴 표정도 미소 띤 얼굴로 변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그 아름다운 기적을 우리가 꼭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