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사순 제3주일(03.20) 신성길 니콜라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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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3-20 15:52 조회4,610회본문
사순 제3주일 – 악의 근원은 하느님이 아니다
하느님 믿는 사람들인 우리가 잘 이해가 안 가는 것 중의 하나는 ‘이 세상에 나쁜 일이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왜 우크라이나의 죄 없는 사람들이 전쟁으로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 왜 코로나로 죄 없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야 하는가?” 솔직히 우리는 이런 질문들에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아마 하느님께서도 대답하시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악의 기원에 관해서는 별로 말씀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왜 나쁜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릅니다. 그럴진대 거기에 대고 “그건 하느님의 뜻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더욱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우리는 흔히 종교적으로 “나쁜 일이 일어나는 데는 만물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뜻이 있다”라고 애매모호하게 말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그런 생각은 하느님을 죄 없는 자들의 죽음을 바라는 잔인하고 무정한 하느님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악에 대한 속 시원한 설명을 찾고자 애씁니다. 어떻게든 악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를 찾고자 노력합니다. 그래야 우리 주변에서 늘 일어나는 나쁘고 악한 상황에 대한 의미를 찾고 그것에 대처하며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은 그런 의문에 대한 예수님의 대답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예수님께 와서 빌라도가 몇몇 갈릴리 사람들을 죽였다고 말합니다. 그들은 죽은 사람들이 죄인이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고 말한 듯합니다. 그런 생각을 가진 그들에게 예수님은 ”너희는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러한 변을 당하였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반발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다른 예도 드십니다. 실로암의 탑이 무너지는 사고로 죽은 18명의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 하십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대로 그들이 자신들의 죄 때문에 죽었다는 주장에 예수님의 대답은 분명히 “아니오”입니다.
예수님 대답의 의도는 ‘너희가 이런 사건 사고의 원인을 죄에서 찾는 것은 소용없는 일이고 그들은 죄인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하느님도 나도 나쁜 일이 일어난 원인을 모르는데 너희가 어떻게 그들이 죄 때문에 죽었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역정을 내십니다. 차라리 그들이 죽은 이유가 죄인지 악인지를 알아내는 것보다 너희가 회개하는 것이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가르치십니다.
어떻게 보면 나쁜 일이 일어난 원인을 설명하려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모른다는 것이 정답일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악을 허락하시지 않으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하느님 믿는 사람들은 가장 암울한 순간에 이 악이 어디서 왔는가?’를 묻기보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겪는 악에서 선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는 것을 믿습니다.
이 믿음의 결정적인 증거가 예수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에서 하느님이 어떻게 죄와 악이 가득 찬 상황을 선과 구원으로 역전시키는 지를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의 삶, 죽음, 부활이 우리 구원을 위한 예고’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보십시오. 그것은 악한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선량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고통을 당하고, 병약한 사람들이 코로나로 목숨을 잃어가듯 예수님은 잔인하고 부당하게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갈릴래아와 실로암에서 죽은 사람들은 그들의 죄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다시 묵상해 봐야 할 것은 인간이 당하는 고통과 죽음의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그 악한 일들을 부활과 구원으로 탈바꿈 시키는 하느님의 뜻입니다. 요점은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것입니다. 인간 세상의 일들은 고통과 죽음처럼 죄와 악이 가득하지만 하느님은 부활과 구원이라는 선이 가득 찬 세계로 우리를 이끌고 계시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일어나는 악한 일들의 원인이 아니십니다. 예수님이 당한 고난과 죽음도 선량한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과 죽음도 하느님의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찾아야 할 곳은 그런 악한 일로부터 부활을 이끌어 내신 하느님의 의도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보여주시는 것은 하느님께서 인간의 악한 상황에서 어떻게 선을 이끌어 내셨는지를 보라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의 전환을 우리는 회개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죄와 악이라는 세계에서 벗어나 선과 구원을 최우선으로 여기시는 하느님께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회개가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우리는 늘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악한 일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부활로 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