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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다해 주님 승천 대축일(05.29)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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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5-29 15:17 조회4,4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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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승천 대축일(부활 제7주일) 다해

 

 

승천(昇天) 그 기쁜 이별

 

우리는 오늘 같은 날들이 계속되리라는 생각 속에 하루를 살아갑니다. 그러나 조금 있으면, 얼마 안 가서, 모든 것은 변할 것입니다. 건강도 젊음도 부질없고, 함께 했던 가족도 흩어질 것이며, 지금 내가 소유한 모든 것도 남의 차지가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백 년 뒤에 우리 무덤이 남아나 있겠습니까? 또 그 백 년 뒤엔 무엇이 남아 있겠습니까?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가면 성지마다 한국 사람들이 남긴 낙서가 많습니다. ‘누구누구 여기 왔다 가다. 대한국민 만세. 누구야, 사랑해.’ 등등. 참으로 부질없는 일들입니다.

 

후손에게 우리가 남길 유산이 있다면 그것은 오직 사랑뿐입니다.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줄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하듯이, 우리는 우리 후손에게 행복과 기쁨의 원천인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항상 네 곁에 있을게.’ 이런 지키지 못할 거짓말 하지 말고, 열심히 사랑해주고 미련 없이 떠날 일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살면서 많은 이별을 체험합니다. 그리고 늘 아파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처럼 온전히 사랑하고 떠난다면 남겨지는 사람이나 떠나는 사람이나 괜찮을 것입니다. 우리는 장차 우리의 장례식이 눈물 없는 장례식이 되도록 여한 없이 사랑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사람들 곁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습니다. 사람들이 예수님 곁에서 마냥 그분을 뵙고, 그분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건만 예수님은 사람들 곁을 홀연히 떠나셨습니다. 예수님은 이전에, 당신이 떠나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나중에는 오히려 기쁜 일이 될 것이라 누누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분과의 이별은 해산의 진통처럼 슬프고 괴롭겠지만, 그 고통은 더 큰 기쁨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교우 여러분, 사람들은 모두 흔들려도 예수님은 흔들릴 분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모두 몰라주어도 예수님만은 진실한 사람을 알아주는 분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진실을 알아주시고, 언제나 우리 안에서 우리를 사랑해주시고 격려해주시기 위해, 세상을 떠나 우리의 마음속으로 들어오십니다. 예수님은 떠나심으로써 다가오시는 분입니다.

 

하느님은 우주와 자연 속에 계십니다. 예수님은 인간 삶 속에 계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떠나시면 성령이 더 가까이 우리 마음속에 오시게 됩니다. 이렇듯 하느님의 사랑은 너무나 크고, 너무나 간절한데 우리 인간은 그 사랑을 알지 못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너무나 작고, 분심(分心)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리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도와주러 오시는 분이 바로 성령입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하느님은 우리에게 계속적으로 다가오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과의 이별은 슬픈 이별이 아니라 기쁜 이별, 또 다른 만남이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예수님은 가셨지만, 그분은 지금까지도 우리 인류 역사를 움직이는 가장 큰 분입니다. 우리도 갈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차지하고 싶고, 행복한 이 순간을 붙잡고 싶겠지만 모든 것을 두고 떠나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차라리 그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포기함으로써 평화를 찾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의 애틋한 사랑을 포기하고, 나의 안정된 현실을 포기하는 것이 어쩌면 기쁨을 얻는 진정한 길일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이별의 기쁨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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