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연중 제28주일(10.09)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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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10-09 15:39 조회4,274회본문
* 연중 제 28주일 다해
"9대 1의 희망"
방금 들으신 나병 환자 열 사람의 복음은 주로 ‘감사’를 주제로 이야기할 때 자주 인용되는 복음입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감사’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희망’이라는 주제로 말씀드리려 합니다.
오늘 복음의 나병 환자 열 사람 그들은, 멀찍이 격리되어 살았던, 사회가 포기하였던 희망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낙인찍혀 버려진 그 사람들 가운데, 예수님을 알아보고 감사를 드릴 줄 아는 사람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예상 밖에,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시는 유대인도 아니고, 많이 배운 율법학자도 아닌, 천대만 받던 이방인이었습니다. 사회가 외면한 열 명의 나병 환자 그룹 안에 성한 사람보다 더 깊은 혜안(慧眼)을 가진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무서운 흑백논리를 자주 경험합니다. 우리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다. 당파싸움, 나치즘, 홍위병, 패거리 정치, 무슨 당이냐 무슨 당이다, 통일이면 급진이고 미국이면 보수. 생각 없이 말하기도 무서운 사회입니다. 우리나라같이 작은 나라가 왜 동서남북으로 갈리어 살아가야 합니까? 아예 한국은 희망이 없다고 이민 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모 아니면 도' 식의 사고방식입니다. 문둥이라고 외면당하던 그 그룹 안에도 예수님 마음에 드는 의인이 남아 있었는데 말입니다.
교우 여러분, 내가 미워하는 사람들 안에 나보다 의로운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내가 속한 그룹이 적대시하는 다른 그룹 안에도 예수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열 안에서 하나의 희망을 발견할 줄 아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하나를 보고 아홉을 받아들이는 아량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하나가 아홉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으로 기다려 줄줄 아는 우리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우리 인간의 마음은 무지개입니다. 늘 한 빛깔이 아닙니다. 일곱 빛깔이 합성하여 어떤 때는 어두운 색깔을 낼 때도, 어떤 때는 밝은 색깔을 낼 때도 있는 것입니다. 지금 어둡다고 원래부터 어두운 것도 아니며, 앞날도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9대 1의 희망을 가지고 사람들을 바라봅시다. 내 주위 열 사람 중에는 한 사람의 의인(義人)이 꼭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5천만이라면 500만의 의인들이 한국 땅에 함께 살고있는 것입니다. 또한, 9대 1, 그 10%의 희망을 가지고 나 자신도 사랑합시다. 어두운 내 마음 한구석에도 아직은 10%의 선(善)함이 남아 있지 않습니까? 그 한 조각의 선함을 가진 열 사람이 모이면, 그 열 사람 안에 100% 선한 한 사람의 성인(聖人, Saint)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그러므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이 사회에 도저히 상종하지 못할 그룹도 없고, 버려도 되는 사람도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늘 희망을 가지고 세상과 사람을 바라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