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가해 대림 제1주일(11.27)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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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11-27 14:52 조회4,539회본문
* 대림 제 1주일 가해
“아름다운 대림절”
자, 눈을 감고 다음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봅시다. 밤하늘의 은하수, 푸른 하늘, 뭉게구름과 무지개, 저녁노을, 호수에 잠긴 달, 안개 낀 첩첩산중, 들판에 이름 모를 작은 꽃, 노란 나비, 사슴의 눈망울, 어린아가의 손톱... 모두 참 아름답죠? 이 모든 것을 만드신 분이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은 분명히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그러기에 아름답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세상 종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구원받는 사람이 있고 구원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라 산 사람은 구원받을 것이고 그렇게 살지 않은 사람은 구원받지 못할 것입니다. 즉 아름다운 삶을 산 사람은 구원받고, 추한 삶을 산 사람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에 두 여자가 등장합니다. 그 종말의 시간이 닥치기 직전, 맷돌을 갈던 두 여자가 어떤 모습이었을 지를 한번 상상해 봅니다. 우선, 하느님이 데려가신 그 여자는 이런 기도를 하며 콩을 갈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 콩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만드신 하느님, 찬미합니다. 이 콩을 갈아 만든 비지를 우리 식구들이 맛있게 먹고 착한 일 많이 하게 하소서.” 그러나 애석하게도 버려진 다른 여자는 이렇게 불평만 늘어놓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제기랄, 나는 콩이나 갈아 먹는 이 지긋지긋한 신세를 언제나 면하지? 왜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 거야?” 그렇지만 오늘 복음은 두 여자가 모두 함께 구원받기를 원하시는 하느님의 속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아름다운 사람을 구원하십니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란 결코 겉모습이 아니라 마음과 행동의 아름다움입니다. 온유하고 겸손하고 또한 정의로운 마음과 행동, 바로 그런 것이지요. 이제 대림절이 시작되었습니다. 대림절은 바로 아기 예수님을 기다리며 우리가 잃어버렸던 아름다움을 되찾는 시기입니다. 미움, 시기, 질투, 욕심, 험한 말, 거친 행동 이런 것들을 씻어내는 시기입니다. 아름답고 순결하신 아기 예수님을 내 마음의 방에 모시기 위해서 방 청소를 깨끗이 하는 시기입니다.
우리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기다림 또한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어린 아기의 탄생을 기다리고, 학교 입학과 졸업을 통해 청년이 되기를 기다리고, 결혼과 함께 어른이 되기를 기다리고, 자식의 탄생을 기다리고, 손자, 손녀를 기다리고, 죽음을 기다리고, 하느님을 기다리고... 무엇인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겸손입니다. 그 겸손이 바로 하느님을 기다리게 하고, 아기 예수님을 모실 수 있게 해줍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부디 이번 대림절은 내 힘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교만과 고집을 버리고, 눈물로 회개하여 하느님께 두 손 벌리는 아름다운 대림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