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연중 제14주일(07.03) 신성길 니콜라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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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7-03 16:28 조회4,342회본문
연중 제14주일 – 거절 당했을 때 마음의 평화
오늘 날도 덥고 해서 여러분들 재미 있으시라고 아재개그로 강론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절에 스님이 없으면? 부재중. 길에서 시주받는 스님은? 영업중. 늘 무엇인가를 찾고 있는 스님은? 탐색중. 스님이 차타고 가다 중간에 내리면? 중도하차. 혹시 여기 가족 중에 스님이 계신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평소에 개그욕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주 남들을 웃기려고 유머도 하고 농담도 던집니다. 그런 유머들 중에 저는 아재개그를 좋아합니다. 제가 이제 아저씨가 되어서 제 코드에 맞기도 하지만 아재개그의 장점은 짧고, 간단하고, 의외의 허를 찌르고,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안 웃어도 부담이 없다는 점입니다. 유머를 던지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의 유머에 반응을 보여주기를 바라지만 아재개그의 허탈함이라는 특징은 굳이 상대방이 크게 웃지 않아도 잠시 긴장을 풀고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런 장점 때문에 저는 아재개그를 좋아합니다.
제가 오늘 강론을 아재개그를 좋아하는 저의 변으로 시작한 이유는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맥락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은 앞으로 선교여행을 떠날 제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는 말씀입니다. 특히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아무것도 지니지 말고 길을 떠나라고 권고 하시며 그 가운데서도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그럼, 예수님의 이 가르침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일까요? 제자들이 아무 것도 지니지 않고 먼 길을 떠났다면 분명 제자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청하고, 잠자리를 부탁하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동냥했을 것입니다. 물론 선량한 사람들은 기꺼이 잘 도와 주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자들의 청을 거절했을 것입니다. 생판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앞으로 많은 거절을 당할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마음 준비를 당부하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거절을 당하더라도 마음의 평화 만은 잃지 말아라.
이런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급전이 필요해서 가까운 지인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청했다고 합시다. 그랬을 때 결과는 두가지입니다. 돈을 받았거나, 받지 못했거나. 그럼 반응도 두가지입니다. 돈 빌려준 사람 좋은 사람, 돈 안 빌려준 사람 나쁜 사람.
문제는 돈을 빌리지 못했을 때 생깁니다. 돈 안 빌려준 사람에 대한 온갖 원망, 미움이 싹터서 증오, 관계단절로 발전합니다. ‘돈 있는 거 아는데 안 빌려줘. 내가 지랑 안 지가 몇 년인데. 내가 전에 자기 궁할 때 도와준 건 벌써 잊었나 보지. 이제 너랑은 끝이다’ 물론 좀 과장된 설정일 수 있으나, 돈 빌려 달랬다가 거절 당한 사람은 마음의 평화가 깨지고 그것이 미움으로 발전하여 마음 속에 온갖 분심잡념이 끊이지 않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이 밖에도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경우 거절을 당합니다. “도와 주실래요? 제가 좀 바빠서. 함께 가실래요? 시간이 없어서. 참석 하실거죠? 여유가 없어서. 이번주에 식사 어때? 선약이 있어서.”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은 제자들처럼 거절 당했을 때 잃지 말아야 할 마음의 평화를 말씀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이유로 거절을 당하고 그것 때문에 마음이 상해서 평화를 잃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상대방이 평화를 거절하면 그 평화가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씀 하십니다. 그러니 그 돌아온 평화를 잘 지키라고 당부 하십니다. 저는 거기에 보태서 세가지 마음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을 덧붙여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로 상대방이 부탁을 거절할 만한 사정이 있을거라는 여유로운 마음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의 사정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둘째 설령 상대방이 도와주기 싫어서 그럴지라도 판단하지 마십시오. 그건 그 사람의 문제지 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셋째 여러분이 할 일을 충실히 하라는 것입니다. 한 번의 거절에 마음 상해서 해야 할 일도 못하고 화내지 말고 단호하게 다음으로 넘어가십시오.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그렇게 당부하신 이유는 제자들이 삶이 곤궁해서 생필품을 동냥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기 위한 선교 여행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큰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작은 일에 마음 쓰고 연연해 하지 말고,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으면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에 집중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예수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강론 때 아재개그를 하면서 여러분의 반응이 없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설령 아재개그를 지겨워 하시더라도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고 여유롭고 재미있게 구체적으로 예수님의 복음 말씀을 더 잘 설명하기 위해 앞으로도 더 재미있는 유머를 곁들여 강론 하도록 노력 하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