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연중 제16주일(07.17)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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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7-17 15:19 조회4,268회본문
* 연중 제 16주일 다해
“껍데기와 알맹이”
우리 현대인들은 바쁘게 일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게으르다 하고, 자신도 바쁘지 않으면 불안해합니다. 하루를 살다보면 특별히 한 일도 없는데 바쁘기만 했습니다. 결과만을 중시하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루하루 매몰되어 버리는 우리 삶에 대해 뼈아픈 자각을 해야 합니다. 이 자각은 정신없이 바쁘게 흘러가 버리는 자신의 인생과 이 세상의 진실을 다시 찾는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나는 과연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왜 하는가?” 이런 질문을 자주 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해야 할 많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도 참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혜롭게 결정할 시간, 즉 홀로 있는 시간, 기도하는 시간, 예수님과 함께 있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오늘 복음에는 마르타라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우리는 당연히 마르타 편이지만, 뜻밖에 예수님 생각은 다르십니다. 예수님이 원하시는 것은 ‘일하고 또 일하는 것’이 아니고, ‘일하고 기도하는 것’도 아니고, ‘기도하고 일하는 것’입니다. 마르타는 일은 많이 하지만 하느님의 뜻을 찾는 기도가 부족합니다. 그녀는 하느님의 뜻을 정확히 모른 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방향성의 문제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모르고 일하다 보면 엉뚱한 곳에 가 있게 됩니다. 신앙인에게는 양적인 삶보다 질적인 삶이 중요합니다. 질적인 삶이 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뜻을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현대인들은 지금 자기 앞에 있는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How) 아주 잘 알고 있지만,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Why)는 잘 모르고 살아갑니다. 반사적으로, 습관적으로,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합니다. 또한, 현대인은 일에 중독되어 살아가기도 합니다.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못지않게 무서운 것이 바로 ‘일 중독’입니다. 오늘 무슨 일이든 할 일이 있어 일하고 있으면 안심이지만, 일하지 않고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생깁니다. 그런 의미에서 게으름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또한, 우리는 우리 앞에 있는 일들의 우선순위를 심사숙고하면서 일을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닥친 일부터 처리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 열성과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하지도 않은 부수적인 일에 매달려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인생에 있어 껍데기 일과 알맹이 일을 잘 구별해야 합니다. 화려하고 요란하지만 기쁨과 평화가 없는 일들은 모두 껍데기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쁨과 평화를 주는 알맹이 일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에게 기쁨과 평화를 주시는 예수님이 원하시는 일을 잘 찾아서 해야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그저 따라 해서는 안 됩니다. 살기 위해서 먹는지, 먹기 위해서 사는지. 살기 위해서 먹는다면, 정말 잘 살기 위해서 먹는지, 헛된 삶을 위해 그렇게도 열심히 먹고 있는지 깊이 반성해보아야 합니다.
때로는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다시 정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가 여러분에게 바로 오늘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