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추석 명절 (09.10) 고찬근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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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9-11 08:39 조회4,002회본문
* 추석 명절
“완전연소”
우리 인간의 몸은 모두 유효기간이 있는 소모품입니다. 대개 팔십 년 정도의 시간을 쓰고 나면 쓸모를 다했다 느껴집니다. 어르신들의 말씀을 들으면 그 팔십 년도 그리 긴 시간이 아니랍니다. 부지런히 의미를 찾아서 뭐든 해야 합니다. 건강과 힘과 시간을 가지고 좋은 일을 해야 합니다. 쓸모없는 존재가 되기 전에 열심히 쓸모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완전연소’라는 말을 떠올려봅니다. 우리 인생도 완전연소 되기를 바랍니다. 남기는 것 아무것도 없이 깨끗하게 떠나는 인생 말입니다. 유산이나 그 밖의 다른 것들을 남기는 것이 자식들에게 결코 어떤 의미가 되진 않습니다. 아름다운 일에 건강과 재산을 모두 소진하고 사랑에 대한 추억만 남기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인생무상’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꿈도 희망도 청춘도 변하고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던 맹세도 변합니다. 변하지 않겠다고 맹세할 것이 아니라, 변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칠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변화되어야 합니다. 젊음은 늙음으로, 건강은 병약으로, 생명은 죽음으로 순하게 변해야 합니다. 그러니 사랑 속에서 나눔 속에서 곱게 잘 늙어가고 숙명처럼 병들고 자연스럽게 잘 죽을 일입니다.
살아 있다는 건 연소할 에너지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에너지 중에 무척 센 것은 미움과 질투와 욕심의 에너지입니다. 절대로 양보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에너지가 바로 이런 부정적인 것들입니다. 이런 에너지가 사랑과 용서와 나눔의 에너지로 바뀐다면 세상은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답고 살 만한 곳으로 변할까요?
부디 우리 인생의 모든 에너지를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마지막 숨 한 모금까지 사랑을 위해 완전연소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