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사순 제3주일(03.12)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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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3-12 15:56 조회3,468회본문
* 사순 제 3주일 가해
“사랑의 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야곱의 우물에서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 '영혼의 샘물'과 '보편적인 사랑'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우리가 흔히 즐겨 마시는 청량음료는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잘 가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실수록 더 목마르게 하는 음료가 많습니다. 이것은 그저 음료수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를 사는 사람들의 해소되지 않는 마음의 갈증을 나타내주는 듯합니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위협하고, 국제분쟁은 갈수록 심해지고, 생활고(生活苦) 때문에 동반 자살하는 가정도 늘어나고, 늘 경쟁에서 이기려고 안간힘을 써야 하고, 이긴 사람들은 더 높이 더 높이 올라가려 하고, 진 사람들은 밀려나고 또 밀려납니다.
현대는 타는 목마름의 시대입니다. 양과 속도라는 기준 위에 모든 것을 맞추어가려 하는 것, 그것이 그저 영양 상태만 좋은 현대라는 동물의 실체입니다.
이런 우리 삶의 갈증을 해소해줄 샘물은 과연 없는 것일까요? 그 샘물을 찾아내서 잘 마시고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관찰하고 자기실현의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야 합니다.
사랑이라는 마음이 그 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믿는 것, 누군가를 따르는 것, 누군가를 자주 만나고 싶은 것, 누군가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것, 이 모든 마음이 사랑입니다. 누군가에게 신뢰받고 싶은 것, 누군가를 이끌어주고 싶은 것, 누군가를 만나 자리를 환하게 해주는 것 모두 사랑입니다. 자신의 매력이 무언지를 찾는 것도, 그것을 오래 유지하려 노력하는 것 또한 사랑입니다.
사랑을 감싸고 있는 수많은 겹을 어느 단어 하나로 정의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는 그 수많은 마음의 겹을 알고자 여정을 떠났고, 그 무수한 걸음을 통해 인생이라는 그림을 완성해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결국, 이 사랑이라는 마음만이 사람을 존재론적인 갈증에서 구출해내고, 인생의 의미를 드러내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렇게 사랑만이 우리 마음의 갈증을 풀어줍니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샘물이 될 수 있습니다. 부디 우리 마음 그릇이 이 목마른 시대에 서로의 갈증을 풀어주는 ‘사랑의 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 한 수(首) 들려 드리겠습니다.
'사랑한 만큼 보여요’ 박노해
사람은 그래요
모든 면에서 좋은 사람이기 불가능한 것처럼
모든 면에서 나쁜 사람이기도 불가능하죠
사람은 그래요
모든 점에서 훌륭하기 힘든 것처럼
모든 면에서 형편없기도 힘들지요
사람은 그래요
인생 내내 잘나가기 어려운 것처럼
인생 내내 헤매기도 정말 어렵지요
사람은 고정체가 아닌 생성체이니까요
지금 여기서 보는 그가 아니라
그의 전체를 보아야만 그가 보이지요
사람은, 사랑하면 보이지요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 만큼 보이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