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01.08) 신성길 니콜라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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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1-08 15:33 조회3,732회본문
주님 공현 대축일 – 동방박사 이야기 연대성
2023년 계묘년 새해에 여러분께 드리는 첫번째 강론을 새해 덕담으로 시작하고자 합니다. 올해는 잘 아시는 대로 토끼의 해입니다. 토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가지 있습니다. 첫째로 토끼는 깡총깡총 부지런히 잘 뜁니다. 여러분도 올 한해 어떤 어려움의 고개가 있더라도 토끼처럼 깡총깡총 잘 뛰어 넘으시기 바랍니다. 둘째로 토끼는 귀가 쫑긋하고 눈이 초롱초롱 반짝입니다. 여러분도 토끼처럼 귀를 쫑긋 세워 잘 듣고, 눈을 초롱 떠 잘 보는 해가 되어 올 해 계획하신 일들이 잘 되시기를 바랍니다. 셋째로 토끼는 초식동물이라 풀만 먹는데도 인간들에게 좋은 털과 고기를 제공하고, 또 한 번에 새끼도 많이 낳습니다. 여러분도 올 한해 토끼처럼 코스파가 좋고 생산성이 좋은 일들을 많이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주님 공현의 의미는 어린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신 분이 바로 우리의 구세주 그리스도이심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공현이라는 말은 “공적으로 나타났다”라는 뜻으로 그분은 아기의 모습으로 오셨지만 그분의 참 정체성은 그리스도이심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오늘 마태오 복음은 동방박사들이 별의 인도로 유다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를 찾아온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은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와 경배 함으로써 아기 예수가 그리스도로 이 세상에 알려졌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 저는 이 동방박사를 통해 마태오 복음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점을 함께 묵상해 보고 싶습니다.
동방 박사의 이야기는 그리스도의 좋은 소식이 모든 사람, 즉 전 세계를 향해 전해졌음을 선포합니다. 우리는 동방박사에 대해 많은 정보가 없지만 복음을 통해 알 수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들이 유태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동쪽에 있는 다른 나라에서 왔습니다. 그들은 외국인이었습니다. 이 말은 그리스도의 구원 소식이 어느 한 국가, 민족, 문화, 인종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합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사람에게 오셨습니다.
이 이야기는 역사가 계속됨에 따라 그리스도인들의 상상력이 더해져 더 구체화 되었습니다. 동방 박사들은 당시 온 세계를 말하는 세 대륙을 대표해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검은 피부의 동방 박사, 아시아를 대표하는 노란 피부의 동방 박사, 유럽을 대표하는 하얀 피부의 동방 박사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상력의 분명한 메시지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그리스도와 연결되어 있고 또한 모든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통해 연결 되었다는 것은 동방박사 이야기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는 연결되었다는 것과 똑같이 중요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행동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동방박사들은 별을 보고 그 의미를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행동하기로 결심하고 그 별을 따라 나섰습니다. 그들은 안락한 집을 떠나 고된 여행길을 거쳐 그리스도 아기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왔습니다. 마태오 복음은 같은 방식으로 우리도 행동하도록 초대합니다. 동방 박사의 이야기는 우리가 단순히 알고 이해하기만 해서는 안 되고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쳐 줍니다.
동방 박사의 이야기는 우리가 전 세계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보편성과 우리의 믿음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행동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크리스챤이기 때문에 주어진 의무입니다. 아기 예수를 그리스도로 알아본다는 것은 동시에 우리와 연결된 사람들을 위한 행동의 의무가 주어졌음을 말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가난하고 곤궁에 처하고 위기에 몰린 사람들을 도와주어야 할 근거입니다.
우리는 평화롭게 새해를 맞이하고 희망찬 한 해를 시작했지만 아직 세계 곳곳에는 희망과 평화를 쉽게 말하기 어려운 곳들이 있습니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군사독재의 미얀마, 코로나로 생업을 위협받는 사람들, 자연재해로부터 아직 복구되지 못한 이들 등등.
우리는 서로 연결된 사람으로서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므로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보편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넉넉함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행동하고 무엇인가를 바치라고 요구합니다. 우리는 모든 필요를 충족시킬 수는 없지만, 우리의 풍족함에서 작은 기부라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지금 이 세상에서 굶주림과 죽음과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동방박사의 이야기를 통하여 우리가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연대 책임을 갖고 있음을 기억하였으면 합니다. 거기에서 우리는 크리스챤의 정체성인 제대로 보고, 올바로 들으며,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며 자선을 베풀고 가진 것을 나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