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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 미사 (12.31)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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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1-01 09:31 조회4,0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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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 미사 (요한 17, 21-26)

 

 

다시 오지 않을 시간

 

다시 오지 않을 2022년을 떠나보내야 될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은 참 무서운 말입니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 다시 못 볼 사람, 다시 오지 않을 젊음, 다시없을 만남, 다시없을 사랑, 다시없을 인생... 이렇게 나열을 하니 정말 모든 것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항상 이맘때가 되면 기쁨과 감사보다는 후회와 회한이 더 많습니다. 왜 좀 더 성실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을까? 왜 좀 더 사랑해줄 수 있었는데 그렇게 못했을까? 왜 좀 더 신중하게 지냈어야 하는데 맹목적으로 시간들을 보냈을까?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했는데 쉽게 판단하고 미워했을까? 여러 가지 아쉬움이 밀려오는 밤입니다.

 

우리 인생이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도 잘 모르면서, 내 앞에 주어진 하루하루들과 소중한 만남들을 당연한 것처럼, 마냥 계속될 것들처럼 여기며 대충 지낸 시간들이 많았고, 스쳐간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이렇게 또 일 년이 가고, 또 일 년이 가고, 십 년이 두어 번 가면 다시 못 올 길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지금 이시간 우리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2022년을 주시고, 가정을 주시고, 만남을 주셨던 하느님께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욕심이 많아져서 큰 성공과 큰 축복만 기뻐하게 된 우리는, 지나간 작은 일상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줄 알아야 합니다. 세 끼 밥을 먹고, 춥지 않은 집에서 지내며, 가족을 사랑하고, 건강하게 지내며, 가끔은 남을 돕는다고, 하느님의 일을 한다고 봉사활동도 조금 할 수 있었다면 그 모두 더 없이 감사해야 할 일들입니다. 그리고 감사해도 모자란 데 화를 내고, 짜증을 내고, 미워하고 질투하며 보낸 시간들에 대해서는 용서를 청해야 할 것입니다. 하루에 단 10분도 기도하지 않고, 일주일에 한 시간, 주일미사도 가끔 빠지고, 별로 갈등하지 않고 세속적인 쾌락에 넘어갔던 시간들, 남에게 인색했던 생활에 대해서도 하느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려야 할 것입니다.

 

또 어떤 분들께는 2022년이 너무도 힘에 겨운 한 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지금 이렇게 내가 살아있고, 남아있는 힘이 있다면, 어려웠던 시간들을 약으로 삼고 새롭게 희망을 가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쁨과 즐거움만이 하느님의 선물이 아니라, 슬픔과 고통도 하느님의 선물로 여기는 지혜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에 있어서는 희로애락 그 모두가 하느님의 종합선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늘과 구름, 산과 바다, 달과 별, 그리고 사랑스런 사람들. 우리는 참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만드신 세상은 이렇게 아름답고, 우리 생명이 그렇게 소중한 것인데, 하늘 한번 보지도 못하고 지낸 날들이 너무 많았고, 고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지 못하고 때로는 공격적으로 사람들을 대한 일들이 부끄럽습니다.

 

부디 다가오는 새해에는 우리 인생에 대해서, 하느님께 대해서 좀 더 깨어 지내고, 성심껏 사람들을 대하고, 남을 위해 내 몸을 쓸 줄 아는 넓은 마음으로 지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가 비록 잘 살지는 못하였지만 지나간 시간, 지나간 한 해를 주셨던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시다. 그리고 밝아오는 새해에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들, 새롭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을 다시 주실 하느님께 감사를 드립시다. 내년에는 여러분 모두, 자연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욕심 없는 소박한 마음으로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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