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가해 주님 성탄 대축일(12.25)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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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12-25 15:44 조회4,376회본문
* 성탄 대축일 가해
“하느님, 아기 되시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습니까?” 아름다운 것들을 열심히 찾다가 우리는 대답합니다. 우주, 별, 산, 구름, 바다, 나무, 새, 이슬, 꽃. 등등이라고. 그런데 하느님은 인간, 사람, Human being이 되고 싶으셨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쉽게 미워하고, 포기하고, 경멸했던, 경쟁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그 인간을 하느님은 무척이나 사랑하셨습니다. 하느님이 가장 부러워하시고 그렇게 되고 싶으셨던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귀하게 여기신 것은 바로 인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물어봅니다. “꼬마야, 너 커서 뭐가 되고 싶니?” 그들은 대답합니다. 대통령, 장군, 과학자, 억만장자. 등등이라고. 그런데 하느님은 인간이 되고 싶으셨고 그중에서도 갓난아기가 되고 싶으셨습니다. 힘세고 멋지고 당당한 어른이 아니라, 고사리 같이 부드러운 손을 가진, 수정같이 맑디맑은 눈동자를 가진 아기가 되고 싶으셨고 그렇게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그분이 아기 되어 오신 것은 과연 무슨 까닭일까요? 그것은 아기 안에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때 묻지 않은 온전한 순수성이 있고, 모든 것을 맡기고 평화를 누리는 완전한 신뢰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그런 아기가 되어 오셨고, 그 아기 안에 있는 본래의 인간성을 잃지 않고 사셨습니다. 특별히 어린 아이들을 사랑하시면서 사셨습니다. 우리도 그런 아기로 태어났지만 우리는 우리의 욕심과 때 묻은 선택들 때문에 우리의 가능성, 순수성, 평화를 잃어버렸고, 오늘 다시 아기 예수님 앞에 와 있습니다.
오늘은 성탄절,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며 우리도 다시 아기로 태어나는 날입니다. 본래의 우리로 다시 돌아가는 날입니다. 하느님이 그렇게도 사랑하셨던 그 인간을, 우리 자신을 다시 사랑하기로 결심하는 날입니다. 우리 안에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찾고 회복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아름답습니다. 우리 인간은 아름답습니다. 우리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고집쟁이 권력자, 찌푸린 얼굴 그 안에 아기의 얼굴을
욕심쟁이 부자, 탐욕스런 얼굴 그 안에 아기의 얼굴을
허풍쟁이 정치인, 근엄한 얼굴 그 안에 아기의 얼굴을
우리는 들을 수 있어야 합니다.
나를 이긴 경쟁자, 차가운 가슴 속에 들리는 아기의 심장 소리를
나를 미워하는 원수, 돌같은 가슴속에 들리는 아기의 심장 소리를
세상을 포기하는 염세주의자, 회색빛 가슴 속에 들리는 아기의 심장 소리를
그러므로 우리는 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알코올 중독 행려자, 떨리는 그 손을 아기의 고사리손처럼
다리 잘린 거지, 때 묻은 그 손을 아기의 고사리손처럼
주름진 행상 할머니, 동상 걸린 그 손을 아기의 고사리손처럼
우리는 다시 찾아 사랑해야 합니다.
거울 속, 얼룩진 내 얼굴, 고집과 욕심과 허풍, 경쟁과 미움과 냉소 속에 두꺼워진 가면 같은 우리 얼굴 속에, 그 속에 숨어있는 아기의 미소를, 하느님의 그 맑은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