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연중 제29주일(10.16) 신성길 니콜라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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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10-16 15:49 조회3,693회본문
오늘 루카복음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해야 한다는 뜻에서 시작하신 말씀이라고 그 취지를 먼저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말씀하신 비유는 불의한 재판관과 과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짧게 요약하면 불의한 재판관이라도 끈질기게 졸라대면 올바른 판결을 내려준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에서 눈여겨 보고 싶은 대목은 “올바른 판결”입니다. 과부가 재판관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달라고 끊임없이 청했다는 점입니다. 만일 과부가 재판관에게 “나의 어려운 처지를 생각해서 나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주세요. 나의 적대자를 처벌해 주세요. 법으로 복수해 주세요.”라고 했다면 아무리 불의한 재판관이라도 그런 청을 들어주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과부는 재판관에게 말했습니다. “저와 저의 적대자 사이에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십시오.” 그것도 한 번 아니고 여러 번 졸랐다고 말합니다. 그녀가 올바른 판결을 간절히 원했고, 그 간절함은 재판관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던 모양입니다. “저 과부가 나를 이토록 귀찮게 하니 그에게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어야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끝까지 찾아와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아마도 과부는 적잖이 독한 여자였던 모양입니다.
이 비유의 결론으로 예수님은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올바른 판결을 청하는 사람의 청원이 끊임없이 이어진다면 하느님께서는 주저하지 않으시고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라는 희망의 말씀입니다.
저는 이 복음말씀을 묵상하며 우리들이 흔히 바치는 기도를 떠올렸습니다. 우리가 오늘 복음말씀을 “끊임없이 쉬지 않고 기도하면 하느님께서 다 들어주실 것이다”라고만 이해하면 곤란합니다. 거기엔 단서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올바른 기도를 낙심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도한다면 그 기도는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올바른 기도를 들어 주실 것이다”라는 전제입니다.
비근한 예로 “내일 운동회 하는 데 비 안오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다고 해서 내일 강수 확률 100%라는 날씨 예보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우리 아이 좋은 대학가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다고 해서 전교 꼴찌인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갈리는 만무합니다. “부자가 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한다고 해서 오늘 산 로또가 바로 당첨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기도는 올바른 기도이어야 합니다. 올바른 지향과 의도를 가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기도는 자신의 이기심과 탐욕을 충족시키는 도구가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무조건 내 편을 들어주시는 분이 아니라 올바른 편을 들어주시는 분이십니다. 만일 우리의 기도와 청원이 올바르지 않다면 하느님은 내 편을 들어주시지 않고 다른 편을 들어주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올바른 기도를 어떻게 바쳐야 할까요? 복음서에 예수님께서 기도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가지로 말씀 하시는 데 저는 세가지를 들어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첫번째 하느님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마태오 복음 6장 주님의 기도를 가르치는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라고 기도하라고 초대합니다. 우리는 내 뜻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과 정의가 이 땅에 실현되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에는 내 편, 다른 편이 없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진실하게 기도해야 합니다. 마태오 복음 6장에서 예수님은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라고 말씀 하십니다. 아무도 없는 골방은 하느님 앞에 무조건 솔직해 질 수 있는 공간입니다. 거짓과 위선이 사라진 골방에서 우리는 솔직하게 하느님을 대면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솔직함을 보고 우리 기도의 진실함을 들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