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연중 제22주일(08.28)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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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8-28 16:53 조회4,080회본문
* 연중 제 22주일 다해
“자기 자리에 잘 앉기”
자기 자리에 잘 앉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국가적 큰 행사 때에 외국 귀빈을 잘못 앉히면 외교 분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불행도, 사람들이 분에 넘치는 자리에 앉으려 해서 생겨나지 않나 싶습니다.
이천 년 전 이스라엘의 지도층 사람들도 자기 나라가 식민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다툼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 욕심 많고 거만한 사람들이 바로, 늘 겸손한 자리에 앉아계시던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인 장본인들입니다.
자신을 과대 포장하여 불편한 높은 자리에 기어이 올라앉고, 늘 과대평가 받기를 기대하며, 대가를 바라는 선행을 일삼는 사람의 인생이 평화로울지 참으로 의문입니다.
부디 세상 사람들이, 높은 자리보다는 자기 자리를 잘 찾아 앉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할 때 우리 사회가 안정되고 살만해질 것입니다. 자기 고향, 자기 직업, 자기 자리를 잘 찾아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세상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무조건 높아지려 하는 것, 무조건 낮추는 것, 높아지기 위해서 낮추는 것, 이 모두 문제입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를 동경하지 않고, 자기 자리를 잘 찾는 것이 바로 겸손입니다. 겸손은 사람을 자유롭고 평화롭게 해줍니다.
어떤 가르침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자기 길을 의연하게 걸어들 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높은 자리에 연연하다 쓸쓸히 사라져가는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필요한 사람이었지만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온유했기에 따뜻한 여운이 남는 사람, 지혜로웠기에 그리운 사람, 보답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선행을 해주었기에 참 고마운 사람들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세상에서 하느님의 일을 열심히 한 사람의 자리는 하느님 옆에 잘 마련되어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 옆에 늘 머물기를 소원했던 최민순 신부님의 시를 들려드리며 강론을 마칠까 합니다.
두메꽃
최민순
외딸고 높은 산골짜구니에 살고 싶어라
한 송이 꽃으로 살고 싶어라.
벌 나비 그림자 비치지 않는 첩첩산중에
값없는 꽃으로 살고 싶어라.
햇님만 내 님만 보신다면야 평생 이대로
숨어 숨어서 피고 싶어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