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연중 제20주일(08.14)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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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8-14 15:22 조회4,616회본문
* 연중 제 20주일 다해
“예수님이 원하신 분열”
많은 사람이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어려서는 남을 흉내 내면서 성장해 가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주체적으로 삶을 살기 시작해야 합니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고, 단 한 번뿐인 소중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잘 알면서도 대중의 유행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며 살아갑니다. 또 무엇 때문인지 의도를 드러내려는 욕망이 강한 집단과 무리에 속하려는 심리도 강합니다.
사회학자들이, 현대사회를 사는 사람들은 자살을 향해 행진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건만, 우리 현대인은 대중심리 속에 파묻혀 그 자살 행진에 동참합니다. 평화를 지키며 가만히 잘 있는 자연을 파괴하거나 오염시키고, 누구를 위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위력적인 살상 무기를 계속 만들어내며, 경제시대의 생존법칙인 양 누구나 도구가 되어 살고 있으니, 그 외줄을 타며 사는 것 같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살려고 몸부림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자신을 해치며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똑똑하다는 사람들도 대중화되는 순간, 의외로 미련한 집단이 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은 절대 좋은 말이 아닙니다. 판단을 흐리게 하는 말이면서 이 말도 저 말도 아닌 말입니다. 생활 속에서 우리는 다수결과 통계를 곧잘 신뢰합니다. 그러나 그런 결정은 조사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나 자기의 뜻을 반영시키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억울한 일입니다. 우리는 그런 이들의 생각을 마음에 둘 줄 알아야 합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면 반대는 긍정적인 방향을 향하기 때문입니다.
나와 반대되는 의견을 대할 때 우리는 지나치게 민감하게 감정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나의 이익을 위해서,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할까 봐, 혹은 무리에서 밀려날까 봐 반대해야 할 일 앞에서 반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꺾고 넘어야 할 일 앞에서 우리가 비겁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옳지 않은 일입니다. 살아 있는 물고기는 늘 물길을 거슬러 헤엄칩니다. 반대 없는 좋은 일은 없습니다. 반대편에서 의미가 피어납니다. 세상일 속에서 반대하는 이를 마음에 둘 줄도 알고, 때로는 우리 자신도 용감히 반대할 줄 아는 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루카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