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다해 연중 제18주일(07.31)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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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2-07-31 15:17 조회4,631회본문
* 연중 제 18주일 다해
“어리석은 우리”
재물이란 게 참으로 요물(妖物)이지요? 요즘 유산(遺産) 때문에 생기는 서글픈 사건들이 많습니다. 유산 때문에, 소중한 가족 사랑이 무참히 깨지는 경우도 봅니다. 그러므로 좀 아까우셔도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더 좋은 일일 수 있습니다. 유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가족 사랑을 이웃사랑의 차원으로 들어 높이는 숭고한 행위입니다. 자녀들이 유산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유서를 써 두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자녀들을 위한 유산에는 물적(物的)인 유산과 영적(靈的)인 유산이 있겠는데 영적인 유산이 더 중요합니다. 하느님 존재에 대한 깨달음, 하느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것, 하느님의 뜻을 따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 욕심부리지 않고 작은 일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이런 영적 유산을 물려주는 것이 통장과 아파트를 물려주는 것보다 자녀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우리는 창조주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생명을 거저 받았습니다. 그 생명이 있기에 우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나게 되었고, 사랑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으며, 행복도 누립니다. 그러나 우리 생명은 돈으로 산 것이 아니며, 종이로 된 돈을 먹고 생명을 부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을 수억 원 쓴다 해도 죽게 된 생명을 연장시킬 수도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를 가능케 해주시지만, 언제든지 우리의 존재를 거두어 가실 수도 있는 생명의 주인,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잘 깨달아야 합니다.
생명의 주인 하느님께서는 단지 우리가 그 생명을 길게 누리는 것을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그 생명으로 알뜰하게 사랑하기를 원하십니다. 생명은 오직 사랑할 때 그 의미를 찾습니다. 사랑이 없는 생명은 반복되는 들숨 날숨에 불과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그 부자가 잘못한 것은, 하느님이 주신 생명으로 돈 버는 일에만 열중했다는 것과 그 번 돈으로 오직 자기를 위해서만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기려 한 점입니다. 그 부자는, 생명과 재물 그 모든 것이 사랑을 위해 주어진 것을 몰랐기에 안타깝고도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도 오늘 복음의 부자처럼 재물을 모으는데 얼마나 고생이 많습니까? 내일의 휴식과 행복을 위해, 오늘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나 우리가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내일의 휴식과 행복은 없습니다. 더 많은 재물이 필요할 것 같아 계속 궁리해야 하고, 곳간에 모아 둔 재물을 잃어버릴까 봐 걱정해야 하며, 가난한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도 어딘가 불편한 마음입니다.
재물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재물에 대한 걱정도 잊고, 오늘 하루에 감사하고, 만족하고, 나누고, 사랑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오늘 밤에 생명의 주인께서 내 생명을 거두어 가신다 해도 미련 없이 여기를 떠날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내일이면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우리 가족, 이웃, 친구입니다. 오늘 보는 것이 마지막으로 보는 푸른 하늘, 저녁노을, 산과 들일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위협도 아니고 과장도 아니고, 오늘도 전 세계적으로 약 16만 명*의 사람들에게 닥치는 현실이고 진실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마지막 날처럼 소중하게 살고, 지금 내 앞의 사람을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처럼 사랑할 일입니다.
(* 2018년 통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