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사순 제5주간 화요일(03.28)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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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3-29 09:28 조회3,411회본문
* 사순 제 5주간 화요일 (요한 8,21-30)
“고기국물”
옛날 교리서에는 '세상과 육신과 마귀'를 3대 악이라 칭하면서 세상을 좋지 않게 표현했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는 이 세상에 속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이 말씀은 우리가 잘 이해해야 합니다. 이 말씀은 단적으로 세상은 나쁜 곳이고, 속(俗)된 곳이라는 그런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녀를 교육하고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성실히 일하는 가장의 고뇌를 누가 속되다 할 수 있겠습니까? 없는 살림에 절약하고 절약하여 알뜰한 밥상을 마련하는 주부의 정성을 누가 가치 없다 하겠습니까? 시장바닥에서 천 원 한 장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앉아 있는 할머니들의 한숨을 누가 헛되다 무시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은 결코 속되거나 헛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그 세상을 위해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시장바닥을 기어가셨습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이 경고하시고, 우리가 경계해야 할 문제는 세상이라는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하느님을 생각하지 않는 마음, 하느님을 포기하는 마음입니다. 모세의 영도로 이집트를 탈출하여 자유를 향해 나아가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 이르자 고기국물 타령을 하면서, 황금 송아지를 만들어 절하면서, 이집트로 돌아가자던 그 나약한 마음이야말로 바로 속된 마음입니다.
“어쩌자고 우리를 이집트에서 올라오게 하여,
이 광야에서 죽게 하시오? 양식도 없고 물도 없소.
이 보잘것없는 양식은 이제 진저리가 나오.” (민수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