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미사 (01.22)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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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1-22 15:19 조회4,485회본문
* 설 명절 (루카 12,35-40)
"사라져가는 인생“
오늘 구정 설날, 새해 신정이 지난 지 이 십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됩니다. 제가 이번 새해 첫날 드렸던 덕담 기억하시는지요? 올해는 작심삼일(作心三日) 결심을 삼 일마다 한 번씩 하자는 그 말씀대로 벌써 작심삼일 일곱 번쯤 하셨는지요.
연말연시, 새해 첫날, 설날. 모두 '시간'을 생각하게 하는 말들입니다. 우리에게 시간은 무한하지 않으므로 죽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말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늘 기쁜 설날에 우리 교회는 항상 죽음을 생각하게 하는 복음 말씀을 들려줍니다.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이렇게 기쁜 명절에 교회가 우리에게 '유한한 삶과 죽음'을 일깨워 주는 이유는, 지금의 행복을 정말 소중하게 생각하고, 앞으로의 시간도 허비하지 말라는 당부가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은 '견딜 수 없네'라는 정현종 시인의 시 한 편을 여러분과 함께 감상하고 싶습니다.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시인은 변화하고 사라져가는 인생의 모든 일과 만남을 많이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코린토 전서 7장의 말씀처럼 말입니다. "형제 여러분, 내가 말하려는 것은 이것입니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 아내가 있는 사람은 아내가 없는 사람처럼, 우는 사람은 울지 않는 사람처럼, 기뻐하는 사람은 기뻐하지 않는 사람처럼, 물건을 산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처럼, 세상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사람처럼 사십시오. 이 세상의 형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돌아서면 후회하고, 지나가면 아쉬워하고, 없어지면 그리워하는 우리의 나날들, 좀 더 깨어있고, 소중히 여기고, 성실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으로 깨어 하루하루 살다가, 어느덧 하느님의 영원한 사랑 안에 잠겼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를 영원처럼 살다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