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06.25)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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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옥란빅토리아 작성일23-06-25 13:29 조회3,249회본문
*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날 (마태 18,19-22)
“자전거로 파리까지”
오늘은 우리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입니다. 어렸을 때 열심히 불렀던 6.25 노래가 생각납니다.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했던 날을,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정말로 원수의 하나까지 쫓아가서 죽이려는 각오로 불렀던 노래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더 많이 불렀습니다.
한반도 정전(停戰) 70년, 이제는 화해하고 일치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부끄러운 70년을 이제는 청산할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정치적 통일은 당장 힘들다 해도 지뢰밭을 없애고 왕래를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아직도, 절대로, 그들의 기만전술에 넘어가면 안 되고, 철저히 따지고 계산해야 하겠습니까? 그렇게 따지고 계산하느라 70년이 흘렀습니다. 해방(解放)둥이가 78세가 되었습니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아들, 손주, 자전거 뒤에 태우고 평양 지나, 모스크바 거쳐, 파리까지 자전거 여행하는 꿈을 이루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주님께서는 오늘 제1독서에서 말씀하십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너희 조상들이 차지하였던 땅으로 너희를 들어가게 하시어, 너희가 그 땅을 차지하고 조상들보다 더 잘되고 번성하게 해 주실 것이다.”(신명 30,5)
그러나 거기에는 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제2독서에서 강조하는 ‘용서’입니다. “모든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을 온갖 악의와 함께 내버리십시오. 서로 너그럽고 자비롭게 대하고,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에페 4,31-32)
그렇습니다. 용서만이 진정한 화합과 일치를 가져다줍니다. 그런데 그 용서도 단순한 용서가 아닙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용서는 무조건적이며, 무제한적인 용서입니다.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해야 합니까?” “아니,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 (마태 18,21-22)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통일된 한반도를 보고 싶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원한은 그만 기억하고 서로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너그러운 마음이 필요합니다. 실리(實利)는 그만 따지고 너그러운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미래 지향적으로 결단해야 합니다.
중국이나 미국의 눈치 보지 않고, 의연하게 평화를 누리는 한반도를 제가 죽기 전에 꼭 보고 싶습니다. 우리 자손들이 통일된 조국을 믿고 당당하게 가슴 펴고 살아가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