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주님 부활 대축일(04.09)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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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4-09 14:52 조회3,463회본문
* 예수 부활 대축일 가해
“나의 부활”
우리는 매년 부활절을 지내며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합니다. 그러나 정말 부활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잘 보아야 합니다. 지금도 자기를 스스로 얽매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잘 보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위해서는 죽으실 이유도, 부활하실 이유도 없으셨습니다. 오직, 우리를 죽게 하고 우리를 부활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죽지 않고, 우리가 부활하지 않으면, 예수님의 그 힘든 죽음과 영광스러운 부활도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제자들이 모든 것을 걸고 따르던 예수님이 불과 3년 만에,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오해하는 제자들에게 ‘나 그런 거 안 해, 나 그런 사람 아니야.’라고 말씀하시려는 듯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늘 살려고만 하는 제자들에게 죽을 이유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시기 위해서 그렇게 하셨습니다. 죽을 줄 알아야 참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은 죽으심으로써 제자들이 추구했던 그런 세상을 부정하셨으며, 예수님은 부활하심으로써 지금의 세상을 이기고 승리하셨습니다. 예수님처럼 죽고 예수님처럼 부활하면 새 세상이 열립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은, 새 세상으로 우리를 초대하시는 그분의 간절한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보고, 우리가 예수님께 대한 온갖 오해와 왜곡, 그리고 그리도 떨어지기 싫어하는 악습을 예수님의 십자가에 함께 못 박을 때, 우리에게 새로운 삶의 방향이 보입니다. 우리의 지독한 자기 사랑과, 불의와 타협을 일삼는 비굴함을 예수님 무덤에 함께 묻을 때, 우리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다 버리고 나면 그분이 나타나십니다. 우리가 자유로워지면 자유로운 그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그분을 만나면 우리는 세상 사람이지만 부활한 사람이 됩니다. 부활한 사람만이 새 세상을 꾸려나갑니다.
그리고 그 부활은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부활의 자리는 미래의 무덤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입니다. 매일의 일상사 속에서 우리 것이 버려지고 그리스도로 채워지면 그것이 부활입니다. 우리는 매일 죽고 매일 부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부활은 한순간의 사건이 아니고 일상의 삶을 통해서 계속 실현되는 사건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예수님의 부활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부활을 보고 싶고 축하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 같이 이것을 기억합시다. 부활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예수님이 부활하셨다고, 촛불 켜고, 종 치고, 달걀 먹는다고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가 꼭 죽어야 부활이 온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우리는 부활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부활을 찾는 사람들은, 죽을 이유를, 죽을 자리를, 죽을 때를 잘 찾는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