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사순 제4주일(03.19) 고찬근 루카 신부님 > 강론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강론

2023 가해 사순 제4주일(03.19) 고찬근 루카 신부님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은희스콜라스티카 작성일23-03-19 14:22 조회3,421회

본문

사순 제 4주일 가해

 

 

 “눈 먼 사람

 

오늘 복음은 예수님이 안식일에 어떤 눈 먼 사람을 고쳐주시면서 일어난 논쟁에 관한 내용입니다. 여러 대화 내용을 통해 주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늘 복음의 교훈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먼저 눈 먼 사람의 부모입니다. 그들은 유다인들이 아들에 대해 다그칠 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다 자란 사람이니 그에게 물어보십시오.” 눈 먼 사람의 부모는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진실을 고백하지 않고 난처한 상황을 비켜 가려 합니다. 이 부모는 눈을 뜨게 된 자식 때문에 기뻐하지도 않고, 자식을 사랑하지도 않는 참으로 이상한 부모로 보입니다. 비겁하게 중립에 서면서 세상의 불의를 지속시키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 오늘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권고하고 있습니다. “빛의 열매는 모든 선과 의로움과 진실입니다. 무엇이 주님 마음에 드는 것인지 가려내십시오. 열매를 맺지 못하는 어둠의 일에 가담하지 말고 오히려 그것을 밖으로 드러내십시오.”

 

다음은 바리사이들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에 대해 이렇게 평합니다. “그는 안식일을 지키지 않으므로 하느님에게서 온 사람이 아니오.” 참으로 편협한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입니다. 또한, 종교적 배타주의에 빠져 늘 논쟁을 일삼고 있습니다. 눈을 뜨게 된 그 사람에게는 이렇게 심한 얘기를 합니다. “당신은 완전히 죄 중에 태어났으면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것이오?” 타인의 고통을 너무도 쉽게 외면하며, 약자에게 또 다른 아픔까지 가중시키는 잔인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예수를 그리스도라고 고백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회당에서 쫓아내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질투 때문에, 진실을 보는 눈이 완전히 멀었으며, 기득권 유지를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 제1독서에서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겉모습이나 키 큰 것만 보아서는 안 된다. 나는 사람들처럼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나는 마음을 본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과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눈이 멀어버렸습니다. 게다가 그리스도를 알아보는 마음의 눈이 멀어버린 마음의 소경들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날 때부터 눈 먼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위협적인 유다인들에게 당당하게 얘기합니다. “그분은 예언자이십니다. 그분이 하느님에게서 오지 않으셨으면 아무것도 하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사람은 불행과 고통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체험하게 되었고, 세상은 그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대했지만, 복음 선포를 하는 하느님의 도구로 멋지게 거듭납니다. 그러나 그는 그 때문에 회당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이것은 주님의 은총이 내릴 때, 세상의 박해도 동시에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해줍니다. 육체적 고통이 끝나게 되었을 그때, 주님을 위해 박해 받는 다른 차원의 고통이 그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렇지만 치유 받은 그 소경은 주님, 저는 믿습니다.”라고 기쁘게 고백하며 굳은 믿음으로 주님을 따르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눈 먼 사람의 불행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 예수님은 세상의 불행과 고통을 보는 눈이 사람들과 아주 다르십니다. 고통 속에 감추어져 있는 하느님의 섭리를 보시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바리사이들이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땅에 침을 뱉어 흙을 개어서 눈 먼 사람의 눈에 바르신 다음, “실로암 못으로 가서 씻어라.” 하십니다. 이렇게 안식일에 보란 듯이 과감하게 일하심으로써, 사랑을 구속(拘束)하는 세상의 편협한 법률에서 자유로워야 함을 우리에게 가르치십니다. 또한, 바리사이들에게 이렇게 경고하십니다. “너희가 눈 먼 사람이었으면 오히려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너희가 우리는 잘 본다.’ 하고 있으니, 너희 죄는 그대로 남아있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건강과 행복과 기득권이 바로, 하느님께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깨달으라는 말씀입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는 오늘의 교훈을 잘 알아듣고, 결단이 필요한 중요한 순간에 중립을 지키는 비겁함을 버려야 하겠습니다. 또한, 내가 배운 것, 가진 것 때문에 배타적이고 편협한 사고를 가져서는 안 될 것이며,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기쁨은 진정으로 함께 기뻐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녀야 하겠습니다. 또한, 고통과 시련을 통해서 하느님을 보게 되는 혜안(慧眼)을 갖게 되고, 사랑을 위해서는 모든 두려움을 버리고 한없이 자유로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접속자집계

오늘
1,502
어제
2,037
최대
3,012
전체
1,931,126

Copyright © www.tokyo-koreancatholic.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