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연중 제19주일(08.13)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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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8-13 16:12 조회3,473회본문
* 연중 제 19주일 가해
"동기(動機)가 잘못된 신앙“
오천 명의 군중이 예수님의 가르침을 듣고, 치유의 은총을 받고, 기적의 음식까지 배불리 먹은 후, 영적으로, 육적으로 행복해하고 있을 때, 예수님은 고독한 당신의 자리를 찾아가셔서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십니다. 기도가 끝나고 산에서 내려오신 예수님은, 군중을 먹일 수 없다고 포기해야 한다고 철없이 굴던 제자들이 탄 배가 풍랑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십니다.
철없는 제자들을 도와주러 물 위를 걸어오시는 예수님을 보고 제자들은 유령이라며 놀랍니다. 그때 예수님은 제자들을 안심시키며 의미 깊은 말씀을 하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하느님의 이름을 밝히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진짜 이름, 즉 하느님의 이름은 "나다"이십니다. 세상 만물을 창조하셨으니 피조물은 그 누구도 그분께 이름을 붙일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 그분은 그저 "나다"이실 뿐입니다. 헤아릴 수 없는 권능을 지니시고, 시작도 끝도 없이 존재하시는 분, 그분이 당신을 "나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나다"라는 말씀 속에는 모든 걱정을 사라지게 하는 신뢰감과 아버지 같은 친근함이 담겨있습니다. 예수님은 그 "나다"라는 이름 한마디로 고통과 두려움 속에 있는 모든 피조물을 구원하십니다.
그런가 하면, 저녁때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행하시고, 새벽에는 물 위를 걸어오시는 능력의 예수님을 보고, 허풍기(虛風氣)가 동했는지 베드로 사도는 참으로 엉뚱한 말을 합니다. "주님이시거든 저더러 물 위를 걸어오라 하십시오." 하고 말입니다. 참으로 존재의 가벼움이랄까, 가벼운 믿음이랄까, 빗나간 믿음입니다. 베드로는 나중에 예수님을 배반할 소지를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교만하게도 예수님께 '주님이시거든'이라며 반신반의(半信半疑)의 태도를 보였으며, 예수님을 이용하여 물 위를 걷는 영웅이 되고 싶어 했습니다. 사심(私心)이 발동한 것입니다. 그 얄팍하고도 동기가 불순한 시도는 창피하게 마무리됩니다. 물에 빠져 웃음거리가 되고, '믿음이 약한 자'라는 예수님의 꾸중도 듣게 된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는 오늘 복음 이야기를 통해서,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과 본성이 같으신 예수님께 의심을 품지는 않았는지, 불순하게도 그분을 이용하여 나의 재물이나 명예를 얻으려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입니다. 동기(動機)가 잘못된 신앙은 겉치레이고 열매 없는 헛수고 농사일뿐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신앙은 의심을 넘어선 확신이어야 합니다. 그 확신을 가지고 남김없이 나의 삶을 불사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한 몸 사랑을 위해 온전히 투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풍랑이 이는 물 위를 당당히 걸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고해(苦海)라는 인생 바다를 예수님과 함께 잘 건널 수 있을 것입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태 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