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연중 제16주일(07.23)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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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7-23 15:26 조회3,211회본문
* 연중 제16주일 가해
“구별하기 힘든 가라지”
겉으로는 옷 잘 입고, 만나면 인사하고, 비슷하게 살아들 가고 있는 것 같이 보이지만, 우리는 모두 다르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마음속을, 그 보이지 않는 생활을 잘도 감추고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어떤 사람은 남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만을 위해 살아갑니다. 의무방어전처럼 어쩔 수 없이 가끔은 선행도 합니다. 이웃과 깊은 관계라든지, 공동체에 얽히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민폐형 인간도 있습니다. 자기 안위(安慰)를 위해, 자기 이익을 위해 신세(身世)를 쉽게 지고, 남을 이용하고 결국은 남에게 해를 끼칩니다.
그런가 하면 아무도 모르게 남을 돕고, 휴지를 줍고, 묵묵히 산에 나무를 심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밀과 가라지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핵심문제는, 좋은 씨가 자라고 있는 밀과 나쁜 씨가 자라고 있는 가라지가 열매를 맺을 때까지는 구별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가라지 같은 모습이 우리 마음속에 숨어 있지는 않은지 잘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겉으로는 이타적으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 이기적인 마음이 자리 잡고 있지는 않은지. 남의 고통에는 철저히 무관심하고, 자기를 끝까지 버리지 못하고 분노하고 시기 질투하고 험담하고, 인내심 없이 너무 쉽게 유혹에 떨어지지는 않는지.
교우 여러분, 아무래도 우리는 가라지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말입니다. 그래도 한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하느님께서 수확 때까지 가라지를 뽑아내지 않고 밀과 함께 자라도록 놓아두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얼마 남지 않은 수확의 때가 닥치기 전에, 우리는 가라지의 본성을 극복하고, 착한 밀을 돕는 가라지로 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가라지이면서 다른 가라지를 당장 뽑아내려 합니다. 하느님은 기다려 주시는 데 말입니다. 자신의 들보는 깨닫지 못하고, 늘 다른 사람 눈 속의 작은 티까지 트집 잡고,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단죄하고 몰아붙입니다. 또한, 패거리를 만들어 나쁜 힘을 과시하기도 합니다. 집단 이기주의에 하느님의 뜻을 내세우기도 합니다. 분수(分數)도 모르는 교만한 가라지의 모습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우리는 수확 때가 닥치기 전에, 자신이 착한 밀이겠거니 하는 막연한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부끄러운 가라지임을 인정하고 회개해야 합니다. 다른 가라지들을 바라보면서 겸손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기다려 주시는 하느님의 자비로움도 배워 다른 가라지들을 기다려 줄 줄도 알아야겠습니다. 하여 하느님의 수확 때에, 열매는 부실해도 불태움만은 면해야 하겠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자기 천사들을 보낼 터인데, 그들은 그의 나라에서 남을 죄짓게 하는 모든 자들과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을 거두어,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마태 13, 4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