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부활 제5주일(05.07)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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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5-07 14:53 조회3,732회본문
* 부활 제5주일 가해
“우주와 사랑과 하느님”
어려서 저는 우주의 신비를 무척 알고 싶어 했습니다. 우주를 알면 하느님도 알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천문학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습니다. 그러나 천문학은 온통 숫자뿐이었고 그것을 통해 하느님을 알기에는 우주가 너무 광대하고 신비했습니다. 유한한 제 인생을 통해선, 바닷가 모래알 수보다 더 많다는 우주의 별들 중에 가장 가까운 달나라에라도 가보고 죽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습니다. 그래서 천문학을 포기하고 아예 신학(神學)을 공부하면 하느님을 알 수 있을까 하고 신학교에 들어가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게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신학이 점점 철학(哲學)으로, 철학이 점점 인간학(人間學)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현장체험에 몰두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사제가 되었고, 이제는 인간 예수님을 통해서 하느님을 압니다. 예수님의 삶과 죽음을 통해 저는,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라고 하신 예수님 말씀을 믿게 되었습니다. 이 믿음이 흔들릴 때는 “믿지 못하겠거든 이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어라.” 하신 그분의 말씀이 제 믿음을 지켜주었습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남김없이 인간을 사랑하기 위해 그분이 하셨던 일들을 되새겨보면, 그분은 어느새 인간을 넘어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이 되어 계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 인간을 목숨 바쳐 사랑하신 것을 보면, 하느님도 인간을 무척 사랑하신다는 결론도 얻게 되었습니다.
교우 여러분, 예수님이 오늘 복음에서 당신 자신을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선언하십니다. 우리의 인생에서 길과 진리와 생명은 참으로 중요한 것들이고, 그것을 찾아 얻기는 무척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그 중요한 것들이 모두, 우리가 믿고 사랑하는 예수님 안에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은 '인간사랑' 그 자체이셨습니다. 그러므로 인간 사랑이 바로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즉 우리가 가야 할 인생길도 사랑의 길이며,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진리도 사랑이며, 우리 생명의 원천이고, 지금 살아있는 이유이며, 영원한 생명을 가능케 해주는 것 역시 사랑입니다. 결론은, 하느님도 사랑이시고, 예수님도 사랑이시고, 인간도 사랑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사실 인간은 엄청난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소우주(小宇宙)입니다. 그러므로 인간을 통하면 우주도 볼 수 있고, 하느님도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을 사랑하십시오. 하느님께 나아가는 신비의 열쇠가 바로 여러분 곁에서 숨 쉬며 여러분에게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꼭 기억할 것은 그 사랑이라는 것이 달콤하고, 깨끗하고, 편안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랑은, 죽기보다 싫고, 거북하고, 땀내 나고, 더럽고, 병든 그 사람의 손을 잡는 것입니다. 그 사람을 온통 껴안아 버리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버림받은 창녀, 과부, 고아, 눈먼 사람, 문둥병자들을 손 내밀어 껴안아 주시고, 당신을 창으로 찌르는 원수를 용서하시는 것을 보고, “참으로 이분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셨다.”(마태 27,54)라고 고백할 수 있었듯이, 우리도 그렇게 용서하고, 그렇게 껴안을 때, 우리가 맞잡은 두 손안에, 두 가슴 부서져 하나 된 그 안에, 사랑의 하느님을 뜨겁게 만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