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08.06) 고찬근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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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08-06 15:36 조회3,433회본문
*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마태 17,1-9)
“우리 안의 신성(神性)”
그리스 · 로마 신화(神話)에는 많은 신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인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으며, 인간 및 우주 창조에 기여했다고 전해집니다. 요즘 사이비 교주들은 자기들이 신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사람들을 기만하고 돈과 권력을 추구합니다.
신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요? 어디에 살고 있을까요? 나쁜 신과 좋은 신이 있을까요? 어떤 능력과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요? 우리 인간이 신이 될 수는 없을까요?
우리 가톨릭은, 신은 유일신 하느님뿐이시고, 그분과 본성이 같지만 인간이 된 신의 아들이 예수님이라고 믿습니다. 보이는 하느님이 예수님이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이 예수님이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은 제자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는데, 그분의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우리는 이 복음을 통해서, 예수님 안에 신성이 감추어져 있고, 그분이 바로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금방 그 모습을 감추시고, 제자들에게 당신의 그런 모습을 알리지 말라 하시며 인류를 위한 수난과 죽음을 예고하십니다.
예수님의 신성은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권능을 가지셨지만, 인류구원을 위해 그것을 발휘하지 않으시고 인간으로서 죽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신성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을 다시 해야 합니다. 신은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이고 초능력을 발휘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신의 아들로 이 땅에 오셔서 우리처럼 우리와 함께 사신 예수님, 그분은 당신의 신성을 인간성을 통해서 보여주셨습니다.
용서와 사랑과 희생으로써 부활에 이른 인간 예수님, 예수님의 신성은 다름 아닌 '용서와 사랑과 희생'이었습니다. 신의 영역인 부활에 이르는 길은 우리 인간성 안에 있는 용서와 사랑과 희생이었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신성으로 초대하십니다. 하느님이시지만 인간이 되신 예수님, 그리고 다시 하느님이 되신 예수님. 우리는 이 강생과 부활의 신비를 통해 신에게로 나아가는 길, 즉 인간이 신이 되는 길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예수님이 인간성 안에 있는 사랑을 극대화 시킴으로써 부활에 이르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인간 가면을 쓰고 십자가와 죽음이라는 쇼를 하신 것이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처절한 고독과 피 흘림의 극기를 통해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는 경지에 도달하신 것입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는 예수님처럼 하느님께 나아갑시다. 하느님의 자녀로 창조될 때 하느님이 우리에게 넣어주신 사랑이라는 신성을 통해서 하느님의 나라로 돌아갑시다. 우리는 스러져 사라지는 인간 먼지가 아닙니다. 예수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이 신성입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신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죽기까지 사랑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사람이고 하느님의 나라이고 거룩한 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