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연중 제11주간 목요일(06.22) 고찬근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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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6-22 17:18 조회3,102회본문
* 연중 제 11주간 목요일 (마태 6,7-15)
“이루어지소서”
예수님이 직접 가르쳐주신 주님의 기도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입니다. 이 부분을 평화롭게 기도하기 위해 우리는 하느님을 신뢰하며, 하느님께 충실하고, 거짓 없는 삶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만약에 거짓되고, 허황되며, 하느님을 무시하는 삶을 살고 있다면 이 기도를 하기가 매우 두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나에게는 큰 벌이 될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기도 가르침대로 일용할 양식 외에 욕심을 내지 않고, 유혹에 빠지지 않고, 악행을 하지 않으며, 남을 용서하는 삶을 살 때,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그런대로 평화롭게 기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이렇게 기도는 하지만 하느님의 뜻을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정확히 알고 싶어합니다. 우리는 우리 생의 사건들과 일상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분석하려 합니다. 또한, 내 뜻이 하느님의 뜻에 맞을 것이라고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다 부질없는 것입니다.
유감스럽게도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뜻에 대해서는 '판단을 중지'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나뿐인 아들을, 알 수 없는 하느님의 뜻에 맡기고 희생 제물로 바쳐야 했듯이, 캄캄한 어둠 속 저 밑에서 들리는 하느님의 음성만 믿고 우리가 인생이라는 몸을 던져야 하듯이, 하느님의 뜻은 우리의 분석대상이 아니라, '신뢰의 대상'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신뢰하는 사람은 자신의 뜻을 비울 수 있고, 자신을 뜻을 비우는 사람을 통해 하느님의 뜻은 이루어지는데, 그때 우리는 비로소 하느님의 뜻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알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따르고 나면 알게 되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마태 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