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연중 제27주간 금요일(10.13) 김필중 세례자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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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10-14 09:46 조회3,344회본문
†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더러운 영이 사람에게서 나가면 쉴 데를 찾아 물 없는 곳을 돌아다니지만 찾지 못한다. 그때에 그는 내가 나온 집으로 돌아가야지 하고 말한다. 그러고는 가서 그 집이 말끔히 치워지고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다시 나와 자기보다 더 악한 영 일곱을 데리고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그리하여 그 사람의 끝이 처음보다 더 나빠진다.’ 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여러분 ‘피정’ 좋아하시나요? 저는 참 좋아하는데, 피정이 성립하기 위한 세 가지 조건이 있어요.
첫 번째는 ‘피세, 즉 세상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묵상거리가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혼자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꼭 충족되어야 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얼마나 힘들고 복잡해요? 생각할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고, 쉴 시간은 없고 그래서 마음의 여유도 점점 없어지는데 ‘피정하러 들어가면 어때요?
세상을 피해서 들어갔기 때문에 다른 생각은 다 잊어버려야 하고요.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면서 거기에 머무르면 누굴 만나게 되나요? 하느님을, 예수님을 만나야 하는데, 솔직히 이것은 좀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그러면 피정할 때는 무엇이 제일 중요할까? 하느님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생각에는 ‘피정’이라는 말 그대로 세상을 피해서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것, 세상을 피해서 고요하게 묵상하는 것, 그러니까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만들고 체험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게 해야 하느님이든 예수님이든 성모님이든 만날 것이고, 그것도 아니면 최소한 몸과 마음이라도 편하게 쉰 보람이 있는 것이지요. 신학생들은 방학이 끝나면 ‘그동안 들떴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제 학교생활에 충실하자.’라는 의미에서 항상 피정으로 학기를 시작하는데, 한 번은 최창무 대주교님께서 피정지도를 해 주셨어요.
그때 첫 말씀이 ‘부유하는 먼지를 닦을 수는 없습니다. 먼지를 닦기 위해서는 일단 먼지를 가라앉혀야 합니다. 피정은 그런 것입니다. 여러분의 마음에 떠다니는 먼지를 일단 가라앉히세요. 그렇게 다 가라앉히고 나서 닦으세요.’라고 하셨는데, 듣고 ‘아, 정말 맞는 말씀이다.’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 예수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하면 마귀가 더 많은 장난을 친다는 것인데, 우리가 마귀의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는 없고요. 베드로 1서 5장 8절을 보면 이런 말씀이 있어요.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도록 하십시오. 여러분의 적대자 악마가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누구를 삼킬까 하고 찾아 돌아다닙니다. 여러분은 믿음을 굳건히 하여 악마에게 대항하십시오.” 그러니까 마귀의 유혹은 우리가 하느님 나라로 올라가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겪어야하는, 끊임없이 이겨내야 하는 유혹이고요.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 이유는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유혹에 빠졌을 때 이겨낼 힘을 달라고 믿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듯이 유혹은 한 번 이겨냈다고 해서 결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겨내고 뿌듯해 하면 마귀는 ‘어? 이것 봐라?’하면서 더 강력한 유혹으로 우리의 빈틈을 어떻게든 비집고 들어오려고 하고요. 따라서 우리는 예수님 말씀대로 항상 깨어있으면서, 항상 조심하고, 항상 대비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피정도 중요하고 기도도 중요하지만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그때만이 아니라 그 이후도 중요하다라는 사실이에요. 오늘 하루는 병이 나았다고 관리하지 않으면 다시 아픈 것처럼 우리도 매 순간순간 조심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