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연중 제27주간 수요일(10.11) 김필중 세례자요한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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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10-12 09:23 조회3,114회본문
†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은 주님의 기도인데요. 주님의 기도는 제자들이 기도하는 법 좀 가르쳐 달라고 하니까 예수님께서 직접 가르쳐 주신 가장 중요한 기도라고 할 수 있어요. 주님의 기도는 한 마디로 함축적이면서도 포괄적인 그래서 예수님의 모든 가르침을 담고 있는 큰 그릇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유다인들은 스승님을 뭐라고 불렀어요? 랍비라고 불렀는데, 랍비들은 자신의 제자들에게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기도문을 만들어서 가르쳐 주었고요. 이것이 그때 당시에는 당연한 관습이어서 세례자 요한도 자신의 제자들에게 기도문을 만들어서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제자들도 “스승님,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가르쳐 준 것처럼 저희에게도 기도문을 가르쳐 주세요.’라고 했던 것인데, 그 결과 주님의 기도는 우리 교회가 간직하고 있는 보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보물이 되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언제 어디서든 주님의 기도를 쉽게 바칠 수 있어요. 회합 시작할 때도 바치고, 어디 갈 때도 주모경 하면서 바치고 그래서 어떻게 보면 가장 흔한 기도가 됐지만 사실 초기 교회에서는 아무나 또 아무 때나 바칠 수 없었습니다.
교회에 정식으로 가입된 사람들만 바칠 수 있었고 따라서 그때는 자신이 주님의 기도를 바칠 수 있다라는 사실만으로도 교회 좀 다닌 사람이라는 의미였어요. 그래서 당시 신자들은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 경외심과 더불어서 삼가 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바쳤는데, 그 흔적이 미사 통상문에도 잘 나타나 있어요.
어디서 볼 수 있냐면 미사 때 주님의 기도를 바치지요? 감사기도가 끝나고 영성체 예식을 시작하면서 바치는데, 이때 혹시 사제가 뭐라고 하는지 기억하세요? “하느님의 자녀 되어 구세주의 분부대로 삼가 아뢰오니” 여기서 ‘삼가’라는 말의 뜻을 찾아보면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라고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는 그만큼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경건하고 정중하게 바쳐야 한다.’라는 것이고요.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 는 주님의 기도에 대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그 어떤 책보다도 훌륭한 주님의 기도를 정성스런 마음으로 또 겸손한 자세로 묵상한다면 다른 책이 아쉽지 않을 것입니다.’ 라고 하시면서 주님의 기도의 의미와 가치를 말씀하셨는데, 그러면 이렇게 소중하고 중요하고 가치 있는 주님의 기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우리 교회의 가장 소중한 보물이고 복음서 전체를 요약하고 있으면서 그 어떤 책보다도 훌륭한 이 기도를, 또한 바칠 때는 겸손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경건하고 정중하게 바쳐야 하는 이 기도를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정의하시겠어요?
그래서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단순히 ‘중요한 기도니까 흔하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바치지 말자.’ ‘무의미하게 되풀이하지 말자.’ 라는 것이 아니라 ‘나한테는 어떤 구절이 제일 와 닿는지’ 한번 생각 해 보시고 또 ‘나는 이러이러 하니까 이 부분을 더 묵상해 봐야지.’ 라고 하면서 여러분 나름대로 주님의 기도의 정의를 내려 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고요. 그러면 아마 전에는 그저 익숙하기만 했던 이 기도가 또 한 번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오늘 하루는 주님의 기도를 한 구절 한 구절 곱씹어 보면서 오늘만큼은 제일 쉬운 기도, 제일 익숙한 기도가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삼가 아뢰는 기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