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나해 주님 공현 대축일(01.07)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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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1-07 14:46 조회2,686회본문
* 주님 공현(公現) 대축일 나해
“창조주께 드릴 선물”
예수님의 공현 대축일입니다. 2천 년 전 인간의 역사 안에 예수님이 공적으로 알려지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예수님은 소설이나 신화 같은 상상 속의 인물이 아니고, 실제로 2천 년 전 이스라엘에 사셨던 분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역사 속 그분이 바로 창조주 하느님과 본성이 같으신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합니다. 즉 창조주 하느님이 피조물의 역사 안에 함께하신다고 믿는 신앙입니다.
오늘, 지혜로운 인간을 대변하는 동방박사들은 아기 예수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선물이란 것은 상대방을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다는 고백입니다. 황금은 왕을 상징하므로 예수님이 세상을 다스리는 진정한 왕이심을 인정한 것입니다. 또한, 유향은 신께 분향할 때 쓰이므로 예수님이 신성을 가진 분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몰약은 죽음에 관련된 것으로, 인간이 되신 예수님이 죽기까지 인간을 사랑하신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본의 아니게 창조되었지만, 창조의 목적이 꼭 있을 것이고 그 목적이 실현될 때 창조주는 기쁠 것입니다. 그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야 할 길이고, 그것이 창조주께 드릴 피조물의 선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선물이라는 것은 상대방을 기쁘게 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창조주 신이시며, 우리가 믿고 따라야 할 왕이시며, 우리를 위해 인간이 되시고 죽을 만큼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 어떤 선물을 드릴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무엇을 기뻐하시는지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과부의 정성 된 헌금을 보고 하느님은 기뻐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느님께 드릴 선물은, 마음 없는 물량공세(物量攻勢)가 아니라 정성이 담긴 질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돌아온 탕자를 보고 한없이 기뻐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회심(回心)을 기뻐하십니다. 회개하는 마음이 하느님께는 선물입니다. 오른뺨을 때리면 다른 뺨도 내밀고,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강조하셨으니 용서도 하느님께는 선물입니다. 치유 받은 열 명의 나병환자 중에 돌아와 감사를 드린 한 명의 이방인 때문에 하느님은 기뻐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감사하는 마음 또한 하느님께는 기쁜 선물입니다. 통회하고 재산의 반 이상을 이웃에게 나누기로 결심한 부자 세관장 자캐오가 예수님께 기쁨을 드렸습니다. 나보다 가난한 이웃에게 나누는 일 또한 하느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대가를 바라지 않는 봉사 또한 하느님께 기쁨을 드렸습니다. 겸손한 봉사도 하느님이 반기시는 선물이 됩니다.
교우 여러분, 하느님이 기뻐하시는 우리의 선물은 정성 된 봉헌, 회심, 용서, 감사, 나눔, 봉사 이런 것들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걱정하지 말고, 하느님의 의로움을 찾고 그분처럼 자비로운 사람이 되라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의롭게, 자비롭게 잘 사는 것,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 바치는 우리 피조물의 선물입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육체와 시간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하느님께 선물이 되는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