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연중 제29주간 목요일(10.26) 고찬근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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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10-27 08:18 조회2,746회본문
* 연중 제 29주간 목요일 (루카 12,49-53)
“질서를 위한 혼돈”
엔트로피 법칙(entropy法則)이라는 물리법칙이 있습니다. 모든 만물은 질서에서 무질서로 향하며 역방향은 없다는 내용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그 법칙을 설명이라도 하시려는 듯이 '세상에 불을 지르고, 가족은 분열될 것'이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씀을 단순히 '파괴와 무질서와 혼돈(chaos)'이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우리 믿음의 하느님은 우주 만물의 창조주로서, 질서 있고 조화로운 우주 만물을 보기에 좋다고 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은 끊임없이 무질서를 질서로 만들어 가시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보기에 무질서로 향하는 일 같은 것도, 사실은 내적질서를 향한 과정이라는 것을 잘 들여다보면 알게 됩니다.
하느님의 질서 원리는 바로 '사랑의 질서'를 말합니다. 사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무질서로 보이는 '핍박과 고통과 혼돈'을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 뒤에야 참사랑이 완성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굳이 물리학적으로 표현하자면, 하느님은 역엔트로피(逆entropy)로 향하는 분입니다. 말하자면 물적(物的)인 엔트로피를 가지고 영적(靈的)인 역엔트로피를 이루시는 분입니다.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 (루카 1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