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연중 제27주간 목요일(10.12) 김필중 세례자요한 신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10-13 09:24 조회3,291회본문
† 찬미예수님
여러분 운칠기삼이라는 말 아시죠? ‘일의 성패는 운이 7할이고 재주 즉 노력이 3할이다.’ 라는 뜻인데, 이 말의 유래를 찾아보면 명나라 때 ‘포송령’이라는 사람이 『요재지이』 라는 책을 썼다고 해요. ‘요재’는 ‘포송령의 서재’ 즉 ‘책방 이름’이고 ‘지이’는 ‘기이한 이야기’라는 뜻이라서 ‘요재지이’라고 하면 ‘요재가 기록한 기이한 이야기’라는 뜻이 되는데, 그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어떤 선비가 과거시험을 보는데 매년 낙방을 했대요. 그런데 자기보다 공부 못하는 사람들은 척척 붙는 것을 본 것이지요. 그래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시험만 보다가 결국 급제를 못하고 패가망신 하게 됐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울해서 옥황상제한테 따졌어요. ‘옥황상제님. 저보다 공부 못하는 사람들도 시험에 합격해서 잘 먹고 잘 사는데, 저는 왜 안 붙여주십니까? 이건 너무 불공평합니다.’라고 따졌더니 옥황상제가 이렇게 했대요.
정의의 신과 운명의 신을 불러서 술 마시는 내기를 시키고 이렇게 얘기했다고 합니다. ‘만약 정의의 신이 술을 많이 마시면 네가 옳고 운명의 신이 많이 마시면 세상의 이치가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 네가 받아들여라.’ 라고 했어요. 그런데 술 내기에서 누가 이겼을까요? 운명의 신은 일곱 잔을 마셨는데, 정의의 신은 세 잔밖에 못 마신 거예요. 운명의 신이 이긴 것이지요.
그래서 옥황상제는 ‘세상은 정의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합리한 운명의 장난이 꼭 따르는 법이다. 하지만 세상의 7할을 불합리가 지배하고 있긴 해도 3할의 이치 또한 행해지고 있는 것이니 운수만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라는 말로 선비를 타이르고 돌려보냈다고 하는데, 실제로 카이스트의 경영대학원 교수가 설문조사를 한번 해 봤어요. 학생들한테 ‘과연 기업 경영에서는 운과 노력의 비중이 각각 얼마를 차지할까?’라고 물어봤더니 학부생들은 운의 비중을 3할 정도로 낮게 본 반면 직장생활 경험이 있는 MBA학생들은 5할에서 6할까지 봤고요. 최고 경영자 과정을 듣는 학생들은 운을 무려 8할에서 9할까지 봤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인생의 쓴맛을 봤던 사람일수록, 연륜이 쌓인 사람일수록 운의 중요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데, 그러면 여러분은 운과 노력의 관계를 몇 대 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마 여러분 나름대로의 삶의 경험과 굴곡에 따라 다르실 텐데, 아까 말씀드린 카이스트 교수가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을 토대로 운과 노력의 관계를 실제로 조사해 봤어요. 물론 산업이면 ‘어떤 산업인가’ 기업이면 ‘어떤 기업인가’ 또 ‘당시 경제 상황은 호황이었는가 불황이었는가’ 등 외부 조건에 따라서 편차는 있을 수 있지만 ‘대체로 45%는 통제 가능한 조건에 달렸고 나머지 55%는 산업, 기업, 경기변동 등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요인 즉 운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경영학 기준의 통계상 ‘운5.5 대 기4.5’ 라고 할 수 있는데, 물론 55%가 결코 작은 수치는 아니에요. 어떤 일을 성공하기 위해서 운이 반 이상 차지한다면 절대 무시할 수 있는 비중이 아니지요.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이 55%라는 숫자는 운칠기삼에서 이야기하듯이 ‘운이 일의 성패를 완전히 좌우할 정도로 크지는 않다.’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카이스트 교수도 ‘어떤 사업을 시작할 때 운을 탓하기보다는 전략을 세워서 어떤 업종을 선택할 것인지부터 신중하게 고민하고 같은 업종에서도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면 성공할 확률은 충분히 높아질 수 있다.’ 라고 했는데,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청하여라, 주실 것이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정말 간절하게, 정말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달라붙어서 청해야 하고요.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설령 지금 들어주시지 않는다 하더라도 실망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노력하면 하느님께서는 언젠가는 꼭, 내가 원하는 때가 아니라 나에게 정말 필요할 때 들어주시기 때문이에요. 오늘 하루는 운칠기삼이 아니라 ‘운0기10’ 이라는 생각으로 무슨 일이든 혼신의 힘을 다해서 매달리는 열정의 삶을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