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나해 연중 제5주일(02.04)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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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2-04 15:59 조회2,311회본문
* 연중 제 5주일 나해
“지치지 않으시는 예수님”
오늘의 마르코 복음은 예수님의 하루 일과(日課)를 전해주는 복음으로 유명합니다.
오전쯤 되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은 회당에서 가르치십니다. 율법주의에 사로잡혀 있는 율법학자들에게,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은 자비이고 자유라는 것을 가르치십니다. 하느님을 오해하고 곡해하지 않도록 예수님은 열심히 가르치셨습니다.
오후에는 제자 베드로와 안드레아 형제의 집에 가서 열병에 걸린 베드로의 장모님을 고쳐주십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이 열심히 당신을 도울 수 있도록, 그들의 가족까지 돌보는 배려를 하셨습니다. 스승과 제자라는 어려운 관계를 인간적이고 따뜻한 관계가 되도록 노력하신 것입니다.
저녁이 되자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하신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사람들을, 특별히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치유해 주셨습니다.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손을 얹어 고쳐주셨습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약자를 돌보는 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것을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시기 위해 그렇게 하셨습니다.
식사는 하고 주무셨는지, 잠자리는 편하셨는지, 예수님은 새벽 캄캄할 때 먼저 일어나 외딴곳에 가셔서 기도하셨습니다. 당신이 행하신 모든 일이 하느님 뜻에 맞는지 돌아보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또 다른 일은 무엇인지 헤아리기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당신의 감정과 판단 속에 혹시라도 하느님의 뜻을 놓치지는 않았을까 냉정하게 살피며,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려 기도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적대세력들의 모함과 협박에는 일말의 두려움도 없으셨고, 오직 하느님 뜻을 찾으면 그것을 위해 용감하게 전진하셨습니다.
예수님은 한 마을에 정착하시고, 당신의 높아지는 명망과 안전하고 익숙한 환경을 누리신 것이 아니라, 늘 낯설고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셨습니다. 예수님은 매너리즘(mannerism)에 빠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사셨습니다. 돈주머니, 여벌의 옷과 신발 등을 지니지 않고, 가난한 마음으로 가벼운 몸가짐으로 두루두루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라 가르치셨습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는 예수님의 알차고 바쁜 하루를 보고, 우리의 일상을 반성했으면 좋겠습니다.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처럼 남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공부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주에 대해서, 생명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신(神)에 대해서 공부했으면 좋겠습니다.
상처 주는 인간관계가 아니라, 치유하는 인간관계를 만들기 바랍니다. 용서함으로써 상처 입은 이웃의 마음을 치유하고, 봉사함으로써 고통받는 이웃의 몸을 치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겸손하게 기도하는 시간이 우리의 하루 안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내가 다하려다 피곤해 쓰러지는 하루가 열심한 하루가 아닙니다. 하느님의 뜻이 우리 안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모두가 헛된 열심입니다. 일하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기도하고 일하라고, 먼저 하느님의 뜻을 찾으라고 예수님은 누누이 강조하셨습니다.
늘 새로움을 만드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은 항상 편안함과 안정됨을 떠나려 노력하셨습니다.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을 찾고 도전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우리도 매너리즘과 무의미, 무기력 속에 매몰되기 쉬운 나태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바꾸려 노력하고, 새로운 마음을 만들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위해 늘 떠날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여러분의 하루들이 하느님 보시기에, 예수님과 비교해서, 여러분 스스로 바라보기에 어떠십니까? 부디, 깨어나고 깨닫고, 일어서고 전진하는 여러분의 나날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