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나해 연중 제3주일(01.21)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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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1-21 14:55 조회2,766회본문
* 연중 제 3주일 나해
“사랑, 하나 됨”
가족도 중요하고, 직장과 생계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오늘 예수님은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고, 그 믿음을 행실로 실천하기 위해서 "나를 따르라." 하고 제자들을 부르십니다. 제자들은 주저하지 않고, 그물과 아버지, 즉 생계와 가족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사람 낚는 어부'가 됩니다.
오늘 같은 부르심을 여러분이 받으신다면 어떻겠습니까? 세속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생계와 가족을 버린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고, 신앙인으로서 예수님의 부르심을 거절한다는 것은 죄송스러운 일이지요. 사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예수님을 따른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우리 삶 속에서, 지금 여기에서 예수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아내야 합니다.
우리 인생은 하느님께로부터 왔고, 하느님께로 돌아갈 인생입니다. 하느님께로부터 왔으니 그분께 감사드리고, 그분께 주도권(主導權)이 있음을 인정하고 따라야 합니다. 하느님께 돌아갈 것이니 잘 살아서 부끄럼 없이 돌아가야 합니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반기시는 가정과 직장 그리고 일상(日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즉 하느님이 원하시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하느님이 원하시는 삶은 '사랑'을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 창조의 원인이고 그 동력(動力)인 사랑, 창조질서를 유지하는 원리(原理)인 사랑을 살아야 합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하루하루를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 없는 가정, 사랑 없는 직장, 사랑 없는 하루에는 주인이신 하느님이 빠져계십니다.
교우 여러분, 신앙인인 우리들의 큰 문제점은 이원화(二元化)된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나와 너도 이원화, 실생활과 신앙도 이원화, 삶의 현장과 성당도 이원화, 삶과 죽음도 이원화, 나와 하느님도 이원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도 이원화.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둘이 아니라 하나입니다. 사랑으로 하나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한결같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 함께든 사랑을 살아야 합니다. 나와 다르고 나에게 적대적이든, 누구와 함께든, 가정이든 직장이든 성당이든, 살아있든 죽음 앞이든 한결같은 사랑을 살아야 합니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너희 안에 하느님 나라가 있다, 하느님 이 사람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소서." 예수님의 이런 말씀들은 '하나가 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하나가 되는 것이 사랑이건만, 온갖 구별과 차별을 하느라 우리 마음은 늘 바쁩니다. 둘을 만들고 편을 만드느라 바쁩니다. 안 됩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입니다. 내가 미워하는 그 사람 모습이 내 안에도 있습니다. 나도 악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나도 게으른 거렁뱅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나를 용서하고 그를 용서하고 사랑으로 하나 될 때, 우리는 하느님 나라를 지금 여기서 살게 됩니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나와 너도 하나, 가정과 직장도 하나, 나와 하느님도 하나, 삶과 죽음도 하나라는 믿음 속에, 언제든 어디서든 하나가 되려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갈림 없는 구별 없는 한마음, 넓은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죽음입니다. 사랑이 삶이고, 사랑은 하나 되어 하느님을 만나는 길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