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나해 대림 제4주일(12.24)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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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12-24 14:47 조회2,976회본문
* 대림 제 4주일 나해
“하느님의 도구”
우주 만물은 저절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 우주 만물을 만드신 창조주가 계시고, 그분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것들을 만드셨습니다. 우리 인간도 그 피조물 중 하나이며 창조주의 목적을 지니고 세상에 존재하게 된 것입니다. 우주 만물과 인간 역사 속에서 드러난 창조주의 창조 목적은 바로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창조주의 사랑을 위한 도구’가 되는 것이 인간의 목적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하느님의 도구로 살아갑니까? 아니면, 나의 교만, 자만심으로 하느님의 일을 방해하고, 하느님의 길을 막아 서 있지는 않습니까? 하느님께서 당신이 하려는 일을 나 때문에 못하시는 것은 아닙니까? 우리는 우리가 피조물이고 하느님의 도구라는 것을 신앙으로 인정했지만, 실제로는 도구가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무엇인가를 하려 합니다. 자기 주위의 사람들, 심지어는 하느님까지 자기 도구로 삼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분명, 인간은 하느님의 도구이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도구가 된다는 것은 인간 삶의 본질입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직접 인간이 되어 세상에 오시는 신비로운 계획을 감행하시면서 인간 측의 역할을 필요로 하셨습니다. 인간 측의 역할 중에 가장 중요했던 역할이 성모님의 역할이었습니다. 성모님은 당신이 하느님의 피조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기꺼이 하느님의 훌륭한 도구가 되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모님을 가장 모범적인 신앙인으로 공경합니다. 그분은 자신을 종이라 고백하며, 불합리한 요구에도 겸손하게 순명함으로써, 하느님을 세상에 낳아주는 하느님의 그릇, 하느님의 구유가 되어주셨습니다.
교우 여러분, 겸손은 자신을 직시하여 있는 그대로를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을 직시하려 하지 않고, 한계를 가진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도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종임을 인정합시다. 또한, 우리 생각에 불합리해 보이는 하느님의 뜻에도 순명합시다. 우리의 논리와 하느님의 논리는 다릅니다. 우리의 논리와 우리의 합리가 하느님의 길을 가로막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성모님처럼 늘 곰곰이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종이 되는 것이고, 그 사람의 불합리한 부분도 받아들이는 그런 것 아닙니까?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