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해 연중 제33주간 금요일(11.24) 고찬근 루카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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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3-11-25 09:58 조회3,481회본문
* 연중 제 33주간 금요일 (루카 19,45-48)
“강도짓”
예수님은 오늘 어떤 성전을 '강도들의 소굴'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보통, 강도짓은 남의 것을 강제로 빼앗아 고통을 주는 행동을 의미하는데, 도대체 성전이 강도들의 소굴이 되었다고 말씀하신 것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예수님 당시 성전에서는 속죄(贖罪)를 위한 희생제사(犧牲祭祀)를 드렸는데, 그 제사에 필요한 제물이나 여러 가지 물건들을 성전 마당에서 팔았습니다. 상인들은 성전 마당에서 그것을 팔고 수익(收益)의 일부를 제사장들에게 바쳤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사장들은 필요 이상으로 제사를 많이 드리도록 유도했고, 상인들이 터무니없이 큰 이익을 취해도 묵인해 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행태를 보시고, 하느님을 팔아서 장사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뺏고 고통을 주는 강도짓이라고 꾸짖으신 것입니다.
오늘날에도 종교의 이름 아래 강도짓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에게 엉터리 하느님을 가르쳐주는 일, 하느님께 드릴 영광을 성직자들이 가로채는 일, 죄와 지옥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사람들의 자유를 구속하는 일, 배타적이고 이기적인 신자로 만드는 일, 신자들을 물질적인 기복주의자로 만드는 일. 등등. 이런 일들이 모두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강도짓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