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나해 연중 제24주일(09.15) 고찬근 루카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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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정혜올리비아 작성일24-09-15 15:27 조회699회본문
* 연중 제 24주일 나해
“하느님의 일, 사람의 일”
하느님의 일은 무엇이고, 사람의 일은 무엇입니까? 하느님과 인간은 관계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라는 말이 있습니다. 원래는 연극 용어인데,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신, 즉 인간이 필요에 따라 만들어낸 허구의 신이라는 뜻으로도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하느님은, 인간사(人間事)에 대한 인간적인 해결사 정도일 겁니다. 그럴 경우, 하느님과 인간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인간 역사 안에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있는 기복신앙(祈福信仰)이 바로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가톨릭은 창조신앙입니다. 창조주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신앙입니다. 인간이 하느님을 만든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인간을 만드셨음을 고백하는 신앙입니다. 엄연히 하느님이 존재하시고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창조되었기에, 인간은 하느님의 창조 목적을 채우기 위해 하느님의 의도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인간이 그렇게 살면 하느님이 좋으시겠지만, 웬일인지 하느님은 인간이 그렇게 살고 싶지 않으면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될 '자유의지(自由意志)'까지 주셨습니다.
어쨌든 하느님의 창조 목적은 우주 만물과 온갖 생명체를 만드시고 그것들이 아름답게, 보기 좋게 존재하기를 바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피조물이 아름답게 존재하는 것은,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고 하느님이 의도하신 존재 방식입니다. 자연이 아름답고, 이웃이 아름답고, 내 마음이 아름다우면 우리는 행복합니다. 행복은 바로 하느님과 우리를 모두 기쁘게 하는 일입니다. 행복은 하느님이 우리 안에 심어 놓으신 우리의 소명(召命)입니다.
교우 여러분, 하느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운 세상을 보기 좋게 관리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이유이고 행복입니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고, 선한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일은 '하느님의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유의지를 남용하여 추함과 아픔을 초래하는 '사람의 일'인 것입니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참 고마운 축복이지만 다소 위험한 축복입니다.
자유의지가 욕심과 만날 때, 온갖 불행과 고통과 추한 일들이 초래됩니다. 그러나 그 자유의지가 사랑을 만날 때는 행복과 치유와 아름다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유의지를 아주 신중하게 행사해야 합니다. 내가 내린 결정이, 내가 하려는 이 일이 욕심인가 자비인가, 이기심인가 이타심인가, 사랑인가 미움인가, 아름다움인가 추함인가?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아름다움은 사랑에서 만들어지고, 행복 또한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내 자유의지 안에 사랑이 있는지를 유심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인생, 사랑의 하느님, 사랑의 인간 모두 사랑입니다.
사랑은 인간의 감정이 아닙니다. 사랑은 하느님이시고, 인간의 모든 것이어야 하고, 우주 만물이 존재하는 원인이고 우주 만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원리이고 법칙입니다. 사랑만이 영원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