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차 성소주일 담화(교황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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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임신부 작성일14-05-07 13:11 조회18,794회본문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
제51차 성소 주일 담화
(2014년 5월 11일 - 부활 제4주일)
제51차 성소 주일 담화
(2014년 5월 11일 - 부활 제4주일)
성소, 진리의 증언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복음서는 이렇게 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고을과 마을을 두루 다니시면서, 회당에서 가르치시고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셨다. 그분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마태 9,35-38). 이 말씀이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먼저 땅을 갈고 씨를 뿌리고 가꾸어야만 때가 찼을 때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수확할 것은 많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누가 그러한 결실을 맺도록 일하였습니까? 대답은 하나뿐입니다.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밭은 분명히 인류, 곧 우리입니다. 그리고 “많은 열매”를 맺게 하는 효과적인 활동은 하느님의 은총, 곧 그분과 이루는 친교입니다(요한 15,5 참조).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교회에 바라시는 기도는 당신 나라를 위하여 일하는 이들이 많아지게 해 달라는 간청입니다. “하느님의 협력자들” 가운데 한 분이었던 바오로 성인은 복음과 교회에 지칠 줄 모르고 헌신하였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의 뜻이 얼마나 신비로운지를, 그리고 은총의 주도로 모든 성소가 시작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여러분은 하느님의 밭”(1코린 3,9)이라고 일깨웁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하느님께서만 주실 수 있는 많은 수확에 놀라고, 언제나 우리를 앞서시는 그분 사랑에 감사드리며, 하느님께서 이루신 일에 대하여 찬미 드립니다. 이 일은 우리가 하느님과 함께, 또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겠다는 자유로운 동의가 필요합니다.
2. 우리는 자주 시편 구절로 기도드려왔습니다. “그분께서 우리를 만드셨으니 우리는 그분의 것, 그분의 백성, 그분 목장의 양 떼이어라”(시편 100[99],3), 또는 “주님께서 야곱을 당신 것으로, 이스라엘을 당신 소유로 선택하셨다.”(시편 135[134],4) 라고 기도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느님의 “소유”라는 것은 노예가 되는 소유물이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원한 계약에 따라 우리가 하느님과 하나 되고 우리가 서로 하나 되는 강한 유대를 맺는다는 뜻입니다. “주님의 자애는 영원하시기 때문입니다”(시편 136[135] 참조). 예를 들어, 예레미야 예언자의 소명에 관한 이야기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안에 당신 말씀이 이루어지는지 늘 지켜보고 계시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십니다. 이를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봄에 제일 먼저 꽃을 피워 생명의 재탄생을 알리는 편도나무 가지를 보여주십니다(예레 1,11-12 참조). 모든 것은 하느님에게서 오고,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곧, 세상, 삶과 죽음, 현재와 미래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그런데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이러한 확신을 줍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1코린 3,23). 여기서 우리는 하느님께 속하는 방식을 알 수 있습니다. 곧, 우리는 예수님과 이루는 유일무이하고 인격적인 관계를 통하여 하느님께 속하는 것입니다. 이 관계는 세례성사를 통하여 우리가 새 생명으로 다시 태어날 때에 맺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신 말씀으로 우리에게 끊임없이 다가오시는 분은 바로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가 “마음을 다하고 생각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마르 12,33) 당신을 사랑하며 신뢰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성소는 가는 길은 서로 다를지라도 자신을 벗어나 그리스도와 복음을 삶의 중심에 둘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혼인 생활을 하든, 봉헌 생활을 하든, 사제 생활을 하든 하느님의 뜻과 일치하지 않는 사고 방식과 행동 방식을 극복하여야 합니다. 이는 “주님을 흠숭하고 우리 형제자매 안에 계신 그분을 섬기는 길로 우리를 이끄는 탈출입니다”(세계 여자 수도회 장상 연합회에 하신 연설, 2013.5.8.). 그래서 우리는 모두 말씀의 씨앗에 담긴 은총의 힘을 얻도록 우리 마음 안에서 그리스도를 흠숭하라는 부르심을 받고 있습니다(1베드 3,15 참조). 이 말씀의 씨앗은 우리 안에서 자라나 이웃을 위한 구체적인 봉사로 드러나야 합니다. 우리는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삶의 모든 단계에서 열정과 솜씨를 다하여 당신의 일을 계속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결코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위한 당신 계획을 실현하시려는 마음을 품고 계시면서도, 이를 우리의 동의와 협력으로 이루고자 하십니다.
3. 오늘날에도 예수님께서는 살아 계시며 일상생활의 여정을 함께 하시어, 모든 사람에게, 먼저 가장 작은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시고 우리의 나약함과 질병을 치유해 주고자 하십니다. 이제 저는 교회 안에 울려 퍼지는 그리스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소명을 깨달을 수 있는 이들에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여러분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따를 것을, “영이며 생명”(요한 6,63)이신 그분의 말씀을 통하여 내적으로 변화될 것을 권유합니다. 예수님의 어머니이시며 우리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 우리에게도 거듭 말씀하십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여러분과 주변 사람들이 최상의 힘을 낼 수 있도록 해 주는 공동의 여정에 신뢰를 갖고 함께 한다면 여러분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소는 서로에 대한 사랑이라는 잘 가꾸어진 밭에서 무르익어가는 열매입니다. 이 사랑은 참다운 교회 생활에서 서로를 섬기는 것이 됩니다. 그 어떠한 성소도 저절로 생겨나거나 혼자 자라지 못합니다. 성소는 하느님의 마음에서 흘러나오고 믿는 이들의 좋은 땅에서 형제애를 경험하는 가운데 싹을 틔웁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5).
4.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이 “숭고한 보통의 그리스도인의 삶”(「새 천년기」, 31항)을 산다는 것은 때로는 시류를 거스르는 것을 의미하고, 우리 안팎에서 난관에 부딪히는 것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몸소 우리에게 주의를 당부하십니다. 하느님 말씀의 좋은 씨앗은 종종 악한 자에게 빼앗기기도 하고 환난을 겪기도 하며 세속의 근심과 유혹으로 질식해 버리기도 한다는 것입니다(마태 13,19-22 참조). 이 모든 어려움에 우리는 좌절하여 겉보기에 좀 더 편안한 길로 들어서고 맙니다. 그러나 부르심 받은 이들의 참다운 기쁨은 주님께서 성실한 분이시라는 것과, 우리가 주님과 함께 걸어갈 수 있다는 것, 곧 주님의 제자이며 하느님 사랑의 증인이 될 수 있다는 것, 큰 이상, 큰일에 우리의 마음을 열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체험하는 데에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사소한 것 때문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언제나 위대한 것을 향하여 나아가십시오. 고귀한 이상을 위하여 여러분의 삶을 거십시오”(프란치스코 교황님의 견진 성사 미사 강론, 2013.4.28.). 저는 주교와 신부와 수도자들, 그리고 그리스도인 공동체와 가정들이 성소 사목을 이러한 방향으로 이끌어, 젊은이들이 성덕의 길로 나아가는 데에 함께하여 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성덕의 길은 개인적인 것이기에 “각자의 필요에 따른 참된 ‘성덕의 훈련’을 요구한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성덕의 훈련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재능을, 전통적인 형태의 개인과 단체의 도움뿐만 아니라, 교회가 인정한, 좀 더 새로운 형태의 운동 단체들이 주는 도움과 통합시켜야 합니다”(「새 천년기」, 31항).
우리 마음이 “좋은 땅”이 되어 말씀을 듣고 받아들이고 실천하여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합시다. 기도와 성경, 성찬례, 교회 안에서 거행하고 실천하는 성사들을 통하여, 또 형제애를 실천하는 가운데 우리가 예수님과 더욱 긴밀한 일치를 이룰수록, 자비와 진리, 정의와 평화의 나라를 위하여 하느님과 협력하는 기쁨이 우리 안에서 더욱 커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겸손하게 받아들인 은총에 맞갖게 수확할 것도 많아질 것입니다. 이러한 바람으로 저는 여러분이 저를 위하여 기도해 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진심어린 교황 강복을 여러분 모두에게 보내드립니다.
바티칸에서
2014년 1월 15일
프란치스코
2014년 1월 15일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