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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묻은 돈, 천국에 들일 수 없다"… 교황, 마피아와 '聖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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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임신부 작성일14-03-25 12:35 조회19,43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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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마피아 첫 공개 비판]

교황 "악행 멈추고 회개하라"
렌치 총리도 "마피아 기업 청소"
伊 정치·종교 수장이 동시에 마피아 겨눠 '보복 공격' 우려

프란치스코 교황(위). 교황청과 마피아.
/AP 뉴시스
"도메니코 페트루첼리, 주세페 디아나 신부…."

21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로마의 성(聖) 그레고리오 7세 성당. 이날 저녁 미사 도중에 842명의 이름이 성당에 울려 퍼졌다. 이들은 모두 1893년 이후 이탈리아 마피아에 목숨을 잃은 희생자였다. 그중 82명은 어린이였다. 반(反)마피아 시민단체인 '리베라(Libera)'가 주관한 이날 미사에서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듯이 두 손을 모은 채 희생자 명단을 경청하는 이"(로마 교황청 발표)가 있었다. 바로 프란치스코(77·사진) 교황이었다. 교황이 반마피아 단체의 공개 추모식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었다.

희생자 명단 낭독이 끝나자 교황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그는 성당을 가득 메운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조용하지만 분명한 이탈리아어로 "좌절하지 않고 부패와 싸울 수 있는 힘을 달라고 기도합시다"라고 말했다. 교황의 단호한 말은 한참 이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지 않고는 마칠 수가 없습니다. 바로 마피아입니다. 회개하고, 악행을 당장 멈추십시오. 더러운 마피아 범죄로 얻은 권력과 돈은 피 묻은 것입니다. 피에 젖은 돈을 내세(來世)로 가져갈 수는 없습니다.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회개하십시오. 당신의 부모를 생각해서라도 눈물을 흘리고 회개하십시오."

지난해 3월 선출 이후, 교황 프란치스코는 줄곧 마피아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견지했다. 1월 이탈리아 남단 칼라브리아주(州)에서 마피아의 공격으로 세 살배기 소년이 숨졌을 때, 교황은 "주님 앞에서 뉘우치고 회개하라"고 말했다. 이번엔 한걸음 더 나갔다. 지난 3일 취임한 마테오 렌치(39) 이탈리아 총리도 첫 주요 정책으로 '마피아 기업 청소'를 선언했다. 이탈리아 정치와 종교의 수장이 동시에 마피아 세력에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유엔 추정에 의하면,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조직인 시칠리아의 '코사 노스트라'와 칼라브리아의 '은드랑게타', 나폴리의 '카모라'의 총(總) 매출액은 매년 1160억유로(약 172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황청은 마피아에 대해 모른 척 묵인하거나 심지어 방조했다는 의혹을 받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2010년 이탈리아 검찰은 부패한 정치인과 마피아의 돈세탁에 연루된 혐의로 바티칸 은행 계좌를 동결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바티칸 은행 총재의 비리 연루설이 나돌았지만, 검찰은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1993년 5월 요한 바오로 2세 당시 교황이 "심판의 날이 올 것"이라고 마피아를 공개 비판하자 두 달 뒤 로마의 성당 두 곳에서 폭발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다. 교황청에 대한 마피아의 노골적 협박성 공격으로 추정됐지만, 증거는 없었다.

외신들은 마피아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마피아가 보복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마피아 수사를 담당해온 니콜라 그라테리 검사는 "마피아 보스들은 교황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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