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방한, 응답하라 2014 한국교회 (3) 세상의 복음화, 교회의 세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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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임신부 작성일14-08-03 08:28 조회20,452회본문
교황 방한, 응답하라 2014 한국교회 (3) 세상의 복음화, 교회의 세속화
물질적 안정 찾는 신자, 외형에 치중하는 사목… 영성은 껍데기로
세속적 욕망 도구로 하느님 찾는 잘못된 신앙관
교회 행사도 의미보다 신자수에 따라 성공여부 평가
“자본주의 현실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교회 모습 여전”
교황 “세속성, 선으로 포장된 끔찍한 타락일 뿐” 비판
교회 행사도 의미보다 신자수에 따라 성공여부 평가
“자본주의 현실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교회 모습 여전”
교황 “세속성, 선으로 포장된 끔찍한 타락일 뿐” 비판
발행일 : 2014-07-06 [제2902호, 11면]
‘신앙의 빛’을 더 이상 ‘빛’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신앙인들의 모습. 근·현대 들어 더욱 가속화된 교회 세속화의 단면이다. 개인주의와 도덕적 상대주의 등에 빠진 신자들은 교회의 가르침을 불편하고, 비생산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사목자들 조차 복음적 가치를 뒤로 하고, 물질만능주의와 성공주의, 기능주의 등의 세속적 가치를 교회 운영에 적용하곤 한다. 바로 ‘껍데기뿐인 영성으로 치장한 세속적인 교회’ 모습이 늘어가는 형국이다.
가톨릭신문이 교황 방한을 앞두고 실시한 ‘교황 방한, 응답하라 2014 한국교회 – 교회 쇄신, 300인에게 물었다’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33.88%가 ‘교회 안의 세속주의’를 시급한 쇄신 과제로 제시했다.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와 성직중심주의’에 이은 두 번째 순위다. 이 시대 신앙인들은 급속히 변화하는 세상의 도전들에 대응해 보다 적극적으로 구원의 기쁨을 널리 알리는 부르심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교회 안팎의 현실은 어떠한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세속화 과정은 신앙과 교회를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으로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더욱이 초월성을 전적으로 거부하면서 윤리를 더욱 왜곡시켰고, 개인과 집단의 죄의식을 약화시켰으며, 상대주의를 점점 확산시켰다”(64항)고 지적했다.
이러한 세속화는 신앙생활은 물론 문화와 사회, 경제, 과학, 정치 등 인간 삶의 모든 면에 스며들고 가속화돼 그 심각성을 더한다. 교회 또한 세속화로 인해 세상 복음화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보편교회는 세속화의 위기에 대응할 것을 꾸준히 촉구해왔으며, 2010년에는 교황청 내에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세우고 2011~2012년에는 ‘신앙의 해’를 지내기도 했다. 한국교회도 ‘신앙의 해’를 쇄신과 새로운 복음화의 디딤돌로 삼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이면에는 신앙생활에 대한 무관심과 일회성 신앙 이벤트들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을 바탕으로 ‘세례를 받았지만 세례의 요구대로 살지 않는 이들’의 현실을 식별하는데 다시금 시선을 돌리고 있다.
세례의 요구대로 살지 않는 이들
종교 본연의 역할이 약화되고, 종교가 개인의 내면적 영역으로 후퇴하는 흐름은 한국교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신자들조차 교회를 단순히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는 곳으로 보거나,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는 다른 비신앙적 가치들을 좇아 아예 교회를 멀리한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교회 냉담교우의 증가, 주일미사와 고해성사 참례자 수 감소, 청소년과 청년들의 신앙생활 저조, 교회의 중산층화 등에서 보다 여실히 드러난다.
‘2013 의정부교구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 조사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묻는 질문에 ‘종교’라고 답한 이는 15.6%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43.5%는 최우선 가치로 ‘건강’을 제시했다. 2012년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가 실시한 ‘청년 신자의 신앙생활’ 조사에서도 61.7%가 ‘심리적 위안’을 신앙생활의 의미라고 응답했다.
특히 한국 신자들은 자연적 신관, 즉 미신적 신앙태도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신자들의 내면에서는 하느님은 ‘절을 하고 예물을 내야만’ 내가 원하는 것을 주는 분이라는 의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느님을 세속적 욕망의 도구로 생각하는 그릇된 신관에 의해 나타나는 세속화 경향이다.
김정우 신부(대구관구 대신학원장·윤리신학)는 “게다가 신자들의 이러한 기도 태도를 빌미로, 건강과 복을 빌어주는 조건으로 일정 예물을 요구하는 사목자들의 모습이 교회 세속화의 또다른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신자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든 생명경시풍조도 교회의 가르침과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있다.
한국교회 ‘생명과 가정에 관한 설문조사’(2004, 한국사목연구소)에 따르면 신자들도 시험관 아기 시술(51%)이나 인공피임(35%), 낙태(19%)를 반생명적인 행위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게다가 응답신자 87.6%가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고, 77%가 안락사 법적 허용을 찬성하고 있었다.
신앙생활을 사회적 소속감이나 안전망으로 받아들이거나, 자기만족 또는 취미활동 정도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다. 신앙에 따라서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교세가 크고 유력인사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종파에 소속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한국인들이 가톨릭과 대형 개신교회에 더 많이 몰려드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한국교회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의제 개요 설문에 관한 답변에서 “한국인은 종교의 본질적 측면보다 기능적 측면에 더 많은 비중을 둬, 사회적 힘으로서의 종교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지닌다”고 밝힌 바 있다.
신자 관계에서도 권력 지향적 기준, 경제적 잣대가 적용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각 본당 사목회장이나 위원 등이 되기 위해서는 물질적으로도 풍요롭고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전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영적 세속성의 영향으로 권력과 특권과 쾌락과 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며, 이에 방해되는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다툰다”(「복음의 기쁨」 98항)고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선으로 포장된 타락
사목자들의 ‘영적 세속성’은 실적과 성과를 추구하고, 통계와 기획과 평가에 매달리는 관리자적 기능주의로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숫자나 외형에 치중하는 사목이나 교회 운영 방식은 사목자 개인이나 제도를 위한 것이지, 사람들의 필요와 영혼의 구원을 위한 것은 아니다”(「복음의 기쁨」 85항)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성장은 상당 부분 신자 수와 성당 수를 늘이는 ‘양적 성장’에 집중돼왔다. 실제 각 교구나 본당에서는 신자 수를 늘이는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싣는 모습을 왕왕 찾아볼 수 있다. 일반 기업처럼 효율성과 경쟁력을 강조하는 구조와 형태를 교회가 모방하는 것이다. 각종 기념미사나 행사에서도 흔히 그 의미를 공감하는 것보다, 얼마나 많은 신자가 왔느냐에 따라 그 성공 여부를 평가하곤 한다.
정희완 신부(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조직신학)는 “신자 수 증가를 목표로 하는 교세 확장을 위한 행위들 안에서 자본주의의 성장주의 이데올로기가 있음을 목격한다”며 또한 “자본주의 현실에서 복음적 선포를 이루기 위해선 자본주의 방식을 어느 정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적당히 타협하는 교회의 모습을 여전히 본다”고 전했다.
엄재중 연구원(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도 ‘은총의 브랜드화’니 ‘선교의 블루오션 전략’이니 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말투를 교회가 빌려 쓰는 행태에 대해서도 성찰을 촉구한다. 이러한 선교 전략은 “복음화와 교세 확장을 지나치게 동일시하는 세속적 사고”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상업주의의 논리도 알게 모르게 교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교회 공동체가 기금을 증식하기 위해 주식과 부동산, 채권 투자하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선교기금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자칫 복음적 가치관의 전도를 초래할 수 있다.
드물지만 교회가 아예 수익 사업을 위해 기업을 경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교회가 운영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과연 상업주의의 폐해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자주 뒤따른다. 물론 교회가 운영하는 기업은 좋은 물건들을 교회 공동체에 공급하고 수익은 교회 사업에 재투자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전한 기업문화 조성에도 앞장설 수는 있다.
이에 관해 정희완 신부는 “나눔과 섬김이라는 신앙의 논리 위에 서야 할 교회가 시장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는 기업을 만들어서 돈벌이에 나서는 것은 그 목적의 좋고 나쁨을 떠나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한다.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의 영향으로 “개인의 자유와 휴식에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거나”(「복음의 기쁨」 78항), “경제적인 안정에 매달리거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이나 인간적인 영예를 얻으려는 생활방식”(「복음의 기쁨」 80항)에 빠져드는 모습도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박동호 신부(서울 신정동본당 주임)는 최근 ‘머리에서 가슴으로 읽는 복음의 기쁨’ 강좌를 통해 “‘요즘 같은 세상에 신부같이 좋은 직업이 어디 있느냐’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만, 사람들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화두를 던진 바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삶의 기준을 하느님이 아니라 인간적인 시각에서 평가할 때, 자아도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엘리트주의가 생겨나고, 복음화 하는 대신 남을 분석하고 분류하고, 은총의 문을 열기보다는 검토하고 검증하는 데에 자신의 힘을 소진해버린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세속성은 ‘선으로 포장된 끔찍한 타락’(「복음의 기쁨」 94항)이라고 비판한다.
세속화 실태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국교회는 외형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반면 교회의 사명을 깊이 성찰하고 총체적인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비전을 정립하는 노력은 부족했다. 이에 따라 세속화된 실태를 비판적으로 식별하고 실천사항을 구체화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요청된다. 특히 이러한 식별과 실천은 막연하게 신앙교육만 강조해선 실현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높다.
장동훈 신부(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는 지난달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응답’ 심포지엄에서 “‘왜’라고 질문하고 갈등하고 불편할 때, 복음은 말씀의 수용자 안에서 생기 있게 일하는 법”이라고 제언한다. 김정우 신부도 “‘교회의 세속화’는 체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에서 시작된다”며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바탕으로 확신과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쇄신과 변화의 시작”이라고 조언한다.
진정한 복음화는 인간 사회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상반되는 인간의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 사항, 사고방식, 영감의 원천, 생활양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을 변화시키고 바로잡는 것이기 때문”(「현대의 복음선교」 19항)이다.
가톨릭신문이 교황 방한을 앞두고 실시한 ‘교황 방한, 응답하라 2014 한국교회 – 교회 쇄신, 300인에게 물었다’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33.88%가 ‘교회 안의 세속주의’를 시급한 쇄신 과제로 제시했다. ‘성직자들의 권위주의와 성직중심주의’에 이은 두 번째 순위다. 이 시대 신앙인들은 급속히 변화하는 세상의 도전들에 대응해 보다 적극적으로 구원의 기쁨을 널리 알리는 부르심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처한 교회 안팎의 현실은 어떠한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의 권고 「복음의 기쁨」을 통해 “세속화 과정은 신앙과 교회를 사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으로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더욱이 초월성을 전적으로 거부하면서 윤리를 더욱 왜곡시켰고, 개인과 집단의 죄의식을 약화시켰으며, 상대주의를 점점 확산시켰다”(64항)고 지적했다.
이러한 세속화는 신앙생활은 물론 문화와 사회, 경제, 과학, 정치 등 인간 삶의 모든 면에 스며들고 가속화돼 그 심각성을 더한다. 교회 또한 세속화로 인해 세상 복음화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보편교회는 세속화의 위기에 대응할 것을 꾸준히 촉구해왔으며, 2010년에는 교황청 내에 ‘새복음화촉진평의회’를 세우고 2011~2012년에는 ‘신앙의 해’를 지내기도 했다. 한국교회도 ‘신앙의 해’를 쇄신과 새로운 복음화의 디딤돌로 삼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이면에는 신앙생활에 대한 무관심과 일회성 신앙 이벤트들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교황권고 「복음의 기쁨」을 바탕으로 ‘세례를 받았지만 세례의 요구대로 살지 않는 이들’의 현실을 식별하는데 다시금 시선을 돌리고 있다.
세례의 요구대로 살지 않는 이들
종교 본연의 역할이 약화되고, 종교가 개인의 내면적 영역으로 후퇴하는 흐름은 한국교회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신자들조차 교회를 단순히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는 곳으로 보거나, 심리적 위안을 제공하는 다른 비신앙적 가치들을 좇아 아예 교회를 멀리한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교회 냉담교우의 증가, 주일미사와 고해성사 참례자 수 감소, 청소년과 청년들의 신앙생활 저조, 교회의 중산층화 등에서 보다 여실히 드러난다.
‘2013 의정부교구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 조사에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묻는 질문에 ‘종교’라고 답한 이는 15.6%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43.5%는 최우선 가치로 ‘건강’을 제시했다. 2012년 서울대교구 청소년국 청년부가 실시한 ‘청년 신자의 신앙생활’ 조사에서도 61.7%가 ‘심리적 위안’을 신앙생활의 의미라고 응답했다.
특히 한국 신자들은 자연적 신관, 즉 미신적 신앙태도를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신자들의 내면에서는 하느님은 ‘절을 하고 예물을 내야만’ 내가 원하는 것을 주는 분이라는 의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느님을 세속적 욕망의 도구로 생각하는 그릇된 신관에 의해 나타나는 세속화 경향이다.
김정우 신부(대구관구 대신학원장·윤리신학)는 “게다가 신자들의 이러한 기도 태도를 빌미로, 건강과 복을 빌어주는 조건으로 일정 예물을 요구하는 사목자들의 모습이 교회 세속화의 또다른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신자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든 생명경시풍조도 교회의 가르침과 첨예한 대립을 이루고 있다.
한국교회 ‘생명과 가정에 관한 설문조사’(2004, 한국사목연구소)에 따르면 신자들도 시험관 아기 시술(51%)이나 인공피임(35%), 낙태(19%)를 반생명적인 행위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게다가 응답신자 87.6%가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고, 77%가 안락사 법적 허용을 찬성하고 있었다.
신앙생활을 사회적 소속감이나 안전망으로 받아들이거나, 자기만족 또는 취미활동 정도로 취급하는 경우도 많다. 신앙에 따라서라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교세가 크고 유력인사들이 더 많이 참여하는 종파에 소속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은 한국인들이 가톨릭과 대형 개신교회에 더 많이 몰려드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한국교회는 제13차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의제 개요 설문에 관한 답변에서 “한국인은 종교의 본질적 측면보다 기능적 측면에 더 많은 비중을 둬, 사회적 힘으로서의 종교를 더 선호하는 경향을 지닌다”고 밝힌 바 있다.
신자 관계에서도 권력 지향적 기준, 경제적 잣대가 적용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각 본당 사목회장이나 위원 등이 되기 위해서는 물질적으로도 풍요롭고 상대적으로 높은 교육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전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실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영적 세속성의 영향으로 권력과 특권과 쾌락과 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며, 이에 방해되는 다른 그리스도인들과 다툰다”(「복음의 기쁨」 98항)고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선으로 포장된 타락
사목자들의 ‘영적 세속성’은 실적과 성과를 추구하고, 통계와 기획과 평가에 매달리는 관리자적 기능주의로 더욱 여실히 드러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숫자나 외형에 치중하는 사목이나 교회 운영 방식은 사목자 개인이나 제도를 위한 것이지, 사람들의 필요와 영혼의 구원을 위한 것은 아니다”(「복음의 기쁨」 85항)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성장은 상당 부분 신자 수와 성당 수를 늘이는 ‘양적 성장’에 집중돼왔다. 실제 각 교구나 본당에서는 신자 수를 늘이는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싣는 모습을 왕왕 찾아볼 수 있다. 일반 기업처럼 효율성과 경쟁력을 강조하는 구조와 형태를 교회가 모방하는 것이다. 각종 기념미사나 행사에서도 흔히 그 의미를 공감하는 것보다, 얼마나 많은 신자가 왔느냐에 따라 그 성공 여부를 평가하곤 한다.
정희완 신부(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조직신학)는 “신자 수 증가를 목표로 하는 교세 확장을 위한 행위들 안에서 자본주의의 성장주의 이데올로기가 있음을 목격한다”며 또한 “자본주의 현실에서 복음적 선포를 이루기 위해선 자본주의 방식을 어느 정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적당히 타협하는 교회의 모습을 여전히 본다”고 전했다.
엄재중 연구원(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도 ‘은총의 브랜드화’니 ‘선교의 블루오션 전략’이니 하는 자본주의 시장의 말투를 교회가 빌려 쓰는 행태에 대해서도 성찰을 촉구한다. 이러한 선교 전략은 “복음화와 교세 확장을 지나치게 동일시하는 세속적 사고”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상업주의의 논리도 알게 모르게 교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교회 공동체가 기금을 증식하기 위해 주식과 부동산, 채권 투자하는 것을 한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선교기금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자칫 복음적 가치관의 전도를 초래할 수 있다.
드물지만 교회가 아예 수익 사업을 위해 기업을 경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교회가 운영하는 기업이라고 해서 과연 상업주의의 폐해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자주 뒤따른다. 물론 교회가 운영하는 기업은 좋은 물건들을 교회 공동체에 공급하고 수익은 교회 사업에 재투자하며, 나아가 우리 사회의 건전한 기업문화 조성에도 앞장설 수는 있다.
이에 관해 정희완 신부는 “나눔과 섬김이라는 신앙의 논리 위에 서야 할 교회가 시장논리를 따를 수밖에 없는 기업을 만들어서 돈벌이에 나서는 것은 그 목적의 좋고 나쁨을 떠나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한다.
개인주의와 물질주의의 영향으로 “개인의 자유와 휴식에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거나”(「복음의 기쁨」 78항), “경제적인 안정에 매달리거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권력이나 인간적인 영예를 얻으려는 생활방식”(「복음의 기쁨」 80항)에 빠져드는 모습도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박동호 신부(서울 신정동본당 주임)는 최근 ‘머리에서 가슴으로 읽는 복음의 기쁨’ 강좌를 통해 “‘요즘 같은 세상에 신부같이 좋은 직업이 어디 있느냐’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만, 사람들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화두를 던진 바 있다.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은 삶의 기준을 하느님이 아니라 인간적인 시각에서 평가할 때, 자아도취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엘리트주의가 생겨나고, 복음화 하는 대신 남을 분석하고 분류하고, 은총의 문을 열기보다는 검토하고 검증하는 데에 자신의 힘을 소진해버린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세속성은 ‘선으로 포장된 끔찍한 타락’(「복음의 기쁨」 94항)이라고 비판한다.
세속화 실태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국교회는 외형적으로는 빠르게 성장했지만, 반면 교회의 사명을 깊이 성찰하고 총체적인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비전을 정립하는 노력은 부족했다. 이에 따라 세속화된 실태를 비판적으로 식별하고 실천사항을 구체화하는 다각적인 노력이 요청된다. 특히 이러한 식별과 실천은 막연하게 신앙교육만 강조해선 실현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높다.
장동훈 신부(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는 지난달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시대 한국 천주교회의 응답’ 심포지엄에서 “‘왜’라고 질문하고 갈등하고 불편할 때, 복음은 말씀의 수용자 안에서 생기 있게 일하는 법”이라고 제언한다. 김정우 신부도 “‘교회의 세속화’는 체제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에서 시작된다”며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바탕으로 확신과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 쇄신과 변화의 시작”이라고 조언한다.
진정한 복음화는 인간 사회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과 구원 계획에 상반되는 인간의 판단 기준, 가치관, 관심 사항, 사고방식, 영감의 원천, 생활양식 등에 복음의 힘으로 영향을 미쳐 그것을 변화시키고 바로잡는 것이기 때문”(「현대의 복음선교」 19항)이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