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교회의 가르침] (21) ‘평신도 그리스도인’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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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임신부 작성일14-06-20 14:09 조회21,425회본문
[현대교회의 가르침] (21) ‘평신도 그리스도인’ ②
‘복음화 되는’ 동시에 ‘복음화 하는’ 평신도 돼야
세상에 봉사하는 교회서 ‘생활 복음화 주체’ 역할 부여
공동선 추구·정의 수호 앞장서는 ‘정치·경제 참여’ 촉구
“연령·성별 구분없이 누구나 하느님 은총·소명의 대상”
공동선 추구·정의 수호 앞장서는 ‘정치·경제 참여’ 촉구
“연령·성별 구분없이 누구나 하느님 은총·소명의 대상”
발행일 : 2014-06-22 [제2900호, 8면]
1978년부터 26년의 재임 기간 동안 104차례에 걸쳐 129개 국을 방문하며 세계인의 사목자로서 ‘현장’을 직접 접하고, 그들의 상황을 잘 알게 된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행동하는 교황’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가 내 놓은 회칙들은 대부분 현장의 목소리가 그대로 반영되어 지금까지 조명되지 못했던 ‘하느님 백성들’, 그 가운데서도 평신도, 여성, 청년 등에 대한 사목적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회칙 ‘평신도 그리스도인’(Christifidel es Laici, 1988)은 이렇게 나온 그의 ‘순례하는 회칙’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그는 오늘날의 교회 상황에서 평신도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거기에는 선교임무의 자각, 영성적・교리적・사회적 양성의 필요성, 공적생활에서 평신도들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제에 따라 지난주에 이어 회칙에서 강조하고 있는 바를 살펴보기로 하자.
3. 평신도의 공동책임
교회의 ‘선교’ 사명은 그 자체의 본성에서 비롯되고, 그리스도께서 원하신 바,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이기에 교회의 본질과 보편 사명을 가진 신자들이 온 세상에 명백하게 선언하고자 하는 것이다.”(교의헌장 1항) 이 사명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이 세계의 역사 안에 도입하신 ‘새로운’ 친교를 모든 사람이 알게 하고, 또 그 친교 속에서 살아가게 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모든 평신도는 각자 성직자들과 남녀 수도자들과 더불어 세례에서 흘러나오는 하나의 존엄성에 힘입어, 교회의 사명에 책임감 있게 동참해야 하는 것이다. 관련하여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아직도 교회를 편파적으로 이해하고, 교계와 동일시하려는 경향은 하느님 백성의 공동 책임과 공동 사명을 망각하는 것”(2009년 로마교구대회에서 한 연설 중)이라고 질책하였다.
회칙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평신도들은 교회 자체의 제일 과제인 복음 선포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신앙 공동체를 건설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지키며 신앙을 고백하고, 성사들 안에서 신앙을 경축하며, 그리스도인의 도덕적 실존 원리인 사랑으로 신앙을 실천한다”(33항)고 하였다. 평신도들은 교회의 구성원이라는 이유 때문에 복음 선포의 소명과 사명을 지니며,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자직과 왕직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교회생활과 세상활동에서 가장 먼저 복음화 되는 동시에 복음화 하는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복음화를 통해 교회는 세상이 제기하는 다양한 문제들과 희망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해답을 줄 수가 있고, 평신도들은 교회가 따라 걸어야 하는 일차적이고 근본적인 길인 인간과 인간 집단인 사회에 봉사하는 생활 복음화의 주체가 된다. 평신도들은 인간의 존엄을 증진하고, 인류사회의 결속을 강화하며, 일상 활동에 보다 깊은 의미와 중요성을 부여함으로써 세상에 빛을 주는 것이다. 인류가족에 대한 봉사의 과업은 교회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지만, 평신도들은 특유의 ‘세속성’ 때문에 특별한 위치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유한 방법으로 현세 질서에 그리스도의 정신을 불어넣을 수가 있는 것이다(36항). 여기에서 평신도 직무의 다양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인간 존엄성의 증진(37항), 불가침의 생명권 존중(38항),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39항) 등 절대 가치들의 수호에서부터 교계와 협력하는 새로운 양식을 발견하고, 교회와 사회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참여와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봉사를 평신도들의 고유하고 특별한 임무로 생각하고 그것을 평신도의 일차적인 과제라는 전제하에 특별히 문헌에서 강조하는 평신도의 사명은 ‘정치생활’과 ‘경제생활’에 관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점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점차 확장된 평신도의 사명에 대한 교회의 촉구이자, ‘사랑의 고차원적인 형태’로서 정치에 대한 교회의 시선이며, ‘봉사하는 경제’ 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즉, 정치와 관련하여, “인간과 사회에 봉사한다는 의미에서, 현세질서에 그리스도 정신을 불어넣어야 할 자신의 의무를 성취하고자 평신도들은 ‘정치’ 참여를 결코 거절하지 말아야 합니다”(42항)고 천명하고 있다. “정부, 의회, 지배 계층이나 정당의 인사들이 출세 제일주의, 권력에 대한 우상 숭배, 이기주의, 부패 등으로 비난받는다고 하여, 그리고 정치 참여는 의심할 여지없이 도덕적으로 위험하다는 일반적인 견해가 있다고 하여, 정치 생활에서 그리스도인의 역할에 대한 회의주의나 포기가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동선을 추구하고, 정의를 수호하며 증진하기 위한 평신도들의 중대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경제와 관련하여, 경제와 노동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우려할 만한 변화 속에서 평신도들은 매우 심각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 내는 일에 앞장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며, 실업문제, 노동권과 노동쟁의권, 노동의 현장에서 인간 존엄성의 문제, 연대성, 교역과 금융, 기술교류 체제의 재검토 등에서 앞장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43항). 이런 목적을 위해 전문적인 역량과 인간적인 정직성,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무장한 평신도들이 많이 나와 자기 성화의 길로서 노동을 수행하고,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기를 바라는 것이다.
4. 평신도의 교육
“그리스도인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것이다”(Cristiani non si nasce ma si diventa, 테르툴리아누스)라는 초대 교부의 격언은 성인 입교자가 월등하게 많은 우리시대 한국의 역사와 문화적인 상황에서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들에서도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다원주의가 확산되고 더 이상 ‘태중 교우’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회칙 ‘평신도 그리스도인’은 이렇게 다원화된 ‘주님 포도밭’과 거기에서 일하는 일꾼들의 자질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일꾼 만들기’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포도밭을 형성하는 인류가 가진 다양한 은총과 더불어 그것들을 관리하는 충직한 관리인의 소명의 다양함도 함께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 한 사람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성인 남녀에 앞서 젊은이들, 어린이들, 그리고 노인들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교회의 희망으로서, 특별히 복음화의 주역이자 사회 개혁의 참여자로 교회를 대신하여 행동하는 사람이 될 것을 주문하고 있고(46항), 어린이들은 주님에 대한 전적인 신뢰의 힘으로 살아가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본질적인 도덕적·정신적 조건들을 밝혀주는 웅변적인 상징이며 고귀한 표상이라고 칭하고 있다(47항). 노인들은 특유의 지혜의 은총을 통해 교회와 사회 안에서 신앙의 전통에 대한 증인이 되어 주고, 인생의 교훈을 가르쳐 주는 스승이 되며, 사랑의 장인이 되어 준다고 강조하고 있다(48항).
특별히 시노드 교부들이 관심을 갖고 강조했던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언급은 이 회칙이 갖는 또 다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성 요한 23세에 의해 여성의 공적 생활에 대한 참여를 시대의 징표로 보았음을 상기하며, 남녀평등을 수호하고 신장하는 일의 절박함을 강조한 것이다(49항). 그리고 이를 위한 조건으로서, 인간학적이고 신학적인 토대에 대한 깊고 정확한 통찰(50항), 교회와 세계 안에서의 사명(51항), 남성과 여성의 공동 현존과 협력을 위한 노력을 들었다(52항).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와 그 안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사랑의 다양성은 평신도들의 다양한 ‘소명들’을 통해 표현되고, 이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위격적 친교를 드러내는 ‘표지’가 되는 것이다.
김혜경(세레나) 박사는 로마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선교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대우교수,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 「Sciamanesimo e Chiesa in Corea」, 「일곱 언덕으로 떠나는 로마 이야기」(인문산책, 2011년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예수회의 적응주의 선교」(서강대 출판부, 2012년)등이 있으며 2013년 제17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회칙 ‘평신도 그리스도인’(Christifidel es Laici, 1988)은 이렇게 나온 그의 ‘순례하는 회칙’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그는 오늘날의 교회 상황에서 평신도가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거기에는 선교임무의 자각, 영성적・교리적・사회적 양성의 필요성, 공적생활에서 평신도들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제에 따라 지난주에 이어 회칙에서 강조하고 있는 바를 살펴보기로 하자.
3. 평신도의 공동책임
교회의 ‘선교’ 사명은 그 자체의 본성에서 비롯되고, 그리스도께서 원하신 바, “하느님과 이루는 깊은 결합과 온 인류가 이루는 일치의 표징이며 도구이기에 교회의 본질과 보편 사명을 가진 신자들이 온 세상에 명백하게 선언하고자 하는 것이다.”(교의헌장 1항) 이 사명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아들이 세계의 역사 안에 도입하신 ‘새로운’ 친교를 모든 사람이 알게 하고, 또 그 친교 속에서 살아가게 하려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
모든 평신도는 각자 성직자들과 남녀 수도자들과 더불어 세례에서 흘러나오는 하나의 존엄성에 힘입어, 교회의 사명에 책임감 있게 동참해야 하는 것이다. 관련하여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아직도 교회를 편파적으로 이해하고, 교계와 동일시하려는 경향은 하느님 백성의 공동 책임과 공동 사명을 망각하는 것”(2009년 로마교구대회에서 한 연설 중)이라고 질책하였다.
회칙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평신도들은 교회 자체의 제일 과제인 복음 선포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신앙 공동체를 건설함으로써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지키며 신앙을 고백하고, 성사들 안에서 신앙을 경축하며, 그리스도인의 도덕적 실존 원리인 사랑으로 신앙을 실천한다”(33항)고 하였다. 평신도들은 교회의 구성원이라는 이유 때문에 복음 선포의 소명과 사명을 지니며,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자직과 왕직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교회생활과 세상활동에서 가장 먼저 복음화 되는 동시에 복음화 하는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복음화를 통해 교회는 세상이 제기하는 다양한 문제들과 희망에 대한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해답을 줄 수가 있고, 평신도들은 교회가 따라 걸어야 하는 일차적이고 근본적인 길인 인간과 인간 집단인 사회에 봉사하는 생활 복음화의 주체가 된다. 평신도들은 인간의 존엄을 증진하고, 인류사회의 결속을 강화하며, 일상 활동에 보다 깊은 의미와 중요성을 부여함으로써 세상에 빛을 주는 것이다. 인류가족에 대한 봉사의 과업은 교회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지만, 평신도들은 특유의 ‘세속성’ 때문에 특별한 위치에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고유한 방법으로 현세 질서에 그리스도의 정신을 불어넣을 수가 있는 것이다(36항). 여기에서 평신도 직무의 다양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인간 존엄성의 증진(37항), 불가침의 생명권 존중(38항),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39항) 등 절대 가치들의 수호에서부터 교계와 협력하는 새로운 양식을 발견하고, 교회와 사회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참여와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봉사를 평신도들의 고유하고 특별한 임무로 생각하고 그것을 평신도의 일차적인 과제라는 전제하에 특별히 문헌에서 강조하는 평신도의 사명은 ‘정치생활’과 ‘경제생활’에 관한 언급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점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점차 확장된 평신도의 사명에 대한 교회의 촉구이자, ‘사랑의 고차원적인 형태’로서 정치에 대한 교회의 시선이며, ‘봉사하는 경제’ 구조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라고 할 수 있다. 즉, 정치와 관련하여, “인간과 사회에 봉사한다는 의미에서, 현세질서에 그리스도 정신을 불어넣어야 할 자신의 의무를 성취하고자 평신도들은 ‘정치’ 참여를 결코 거절하지 말아야 합니다”(42항)고 천명하고 있다. “정부, 의회, 지배 계층이나 정당의 인사들이 출세 제일주의, 권력에 대한 우상 숭배, 이기주의, 부패 등으로 비난받는다고 하여, 그리고 정치 참여는 의심할 여지없이 도덕적으로 위험하다는 일반적인 견해가 있다고 하여, 정치 생활에서 그리스도인의 역할에 대한 회의주의나 포기가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는 것이다. 이것은 공동선을 추구하고, 정의를 수호하며 증진하기 위한 평신도들의 중대한 책무이기 때문이다. 경제와 관련하여, 경제와 노동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우려할 만한 변화 속에서 평신도들은 매우 심각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 내는 일에 앞장서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며, 실업문제, 노동권과 노동쟁의권, 노동의 현장에서 인간 존엄성의 문제, 연대성, 교역과 금융, 기술교류 체제의 재검토 등에서 앞장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43항). 이런 목적을 위해 전문적인 역량과 인간적인 정직성,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무장한 평신도들이 많이 나와 자기 성화의 길로서 노동을 수행하고, 그 안에서 그리스도의 현존을 드러내기를 바라는 것이다.
▲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2013 사형제도 폐지 기원 생명·이야기 콘서트’ 참석자들이 하느님 뜻에 어긋나는 제도적 살인이 더 이상 자행되지 않기를 바라며 ‘대한민국은 사형폐지국’이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평신도들이 특유의 세속성으로 현세 질서에 그리스도 정신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특히 공동선 추구·정의 수호를 위한 정치·경제활동 참여가 중대한 책무임을 밝히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 지난 4월 수원교구 청소년국이 마련한 ‘청소년·청년 성삼일 피정’에서 학생과 젊은이 등이 부활성야 전례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평신도 그리스도인’에서는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은총과 소명을 받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특별히 청년, 노인, 여성 등을 강조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4. 평신도의 교육
“그리스도인은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것이다”(Cristiani non si nasce ma si diventa, 테르툴리아누스)라는 초대 교부의 격언은 성인 입교자가 월등하게 많은 우리시대 한국의 역사와 문화적인 상황에서는 새삼스러울 것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들에서도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다원주의가 확산되고 더 이상 ‘태중 교우’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회칙 ‘평신도 그리스도인’은 이렇게 다원화된 ‘주님 포도밭’과 거기에서 일하는 일꾼들의 자질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으면서, ‘일꾼 만들기’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포도밭을 형성하는 인류가 가진 다양한 은총과 더불어 그것들을 관리하는 충직한 관리인의 소명의 다양함도 함께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단 한 사람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듯 성인 남녀에 앞서 젊은이들, 어린이들, 그리고 노인들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젊은이들은 교회의 희망으로서, 특별히 복음화의 주역이자 사회 개혁의 참여자로 교회를 대신하여 행동하는 사람이 될 것을 주문하고 있고(46항), 어린이들은 주님에 대한 전적인 신뢰의 힘으로 살아가고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데 필요한 본질적인 도덕적·정신적 조건들을 밝혀주는 웅변적인 상징이며 고귀한 표상이라고 칭하고 있다(47항). 노인들은 특유의 지혜의 은총을 통해 교회와 사회 안에서 신앙의 전통에 대한 증인이 되어 주고, 인생의 교훈을 가르쳐 주는 스승이 되며, 사랑의 장인이 되어 준다고 강조하고 있다(48항).
특별히 시노드 교부들이 관심을 갖고 강조했던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언급은 이 회칙이 갖는 또 다른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성 요한 23세에 의해 여성의 공적 생활에 대한 참여를 시대의 징표로 보았음을 상기하며, 남녀평등을 수호하고 신장하는 일의 절박함을 강조한 것이다(49항). 그리고 이를 위한 조건으로서, 인간학적이고 신학적인 토대에 대한 깊고 정확한 통찰(50항), 교회와 세계 안에서의 사명(51항), 남성과 여성의 공동 현존과 협력을 위한 노력을 들었다(52항).
가정에서부터 시작된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와 그 안에서 구현되어야 하는 사랑의 다양성은 평신도들의 다양한 ‘소명들’을 통해 표현되고, 이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위격적 친교를 드러내는 ‘표지’가 되는 것이다.
김혜경(세레나) 박사는 로마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선교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대우교수,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상임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 「Sciamanesimo e Chiesa in Corea」, 「일곱 언덕으로 떠나는 로마 이야기」(인문산책, 2011년 문광부 우수교양도서), 「예수회의 적응주의 선교」(서강대 출판부, 2012년)등이 있으며 2013년 제17회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김혜경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