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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중동성지 첫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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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임신부 작성일14-05-30 09:26 조회18,2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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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중동성지 첫 방문… 2박3일간 낮은 곳 향한 일치 발걸음

정교회와 일치기도·난민들 위문…갈린 형제 온몸으로 품다
발행일 : 2014-06-01 [제2897호, 10면]

 ▲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동 방문 둘째 날인 5월 25일 베들레헴 예수 탄생 성당 구유광장으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신자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CNS】
【외신종합】 프란치스코 교황의 5월 24~26일 중동 성지 방문은 교황이 지난해 3월 즉위 후 보여준 파격적이면서도 소박한 행보의 연속이었다.

1054년 동서교회가 분열된 지 910년 만에 이뤄진 1964년 교황 바오로 6세와 정교회 수장 아테나고라스 총대주교의 만남 5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성지 방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세계 정교회 수장 콘스탄티노플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가 교회 일치를 위해 만난다는 사실부터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는 동서교회 분열 후 정교회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교황청에서 거행된 교황의 즉위식에 참석해 교황에게 예루살렘 성지에서 만날 것을 제의하면서 50년 만에 동서교회 수장의 만남이 재현됐다.

교황은 로마에서 비행기로 출발해 3시간 30분만인 오후 1시 조금 전 성지 방문 첫 목적지인 요르단 퀸 알리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교황은 공항에서 알 후세이니 왕궁으로 이동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환담한 후 암만 국제경기장에서 중동 방문 중 첫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에는 3만 명의 신자가 참례했다. 전체 인구 중 그리스도교 신자 비율이 4~6%에 불과한 요르단 신자들에게는 교황과 함께 드리는 미사가 특별한 자리가 됐다. 미사 중 교황기를 상징하는 노랑과 흰색이 칠해진 야구모자를 쓴 남자 아이 포함 약 1400명의 어린이들이 첫 영성체를 해 미사는 축제분위기였다.

9살짜리 아들의 첫 영성체를 지켜보던 미람 다바네씨는 “교황께서 요르단과 중동을 방문하신 것은 큰 축복이고 요르단은 압둘라 2세 덕분에 그리스도인들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받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도 미사 전 압둘라 2세에게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해 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교황은 미사 중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이라크에서 요르단으로 이주해 온 130만 명의 피난민들에 대한 관심과 우려를 드러내며 “정치적인 입장과 언어, 문화, 종교에 뿌리박힌 서로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요청했다.

미사 후 요르단강 건너편 베타니아의 예수 세례 성지를 찾은 교황은 이어 요르단 내 피난민과 장애인을 찾아 그들을 위로했다. 압둘라 2세 국왕의 만찬 초대를 정중히 거절하고 피난민, 장애인과 함께한 교황의 파격적 행보는 중동 전역에 감동을 던져줬다. 암만 국제경기장 미사에 참례했던 레바논 가톨릭 청년 지도자 콜레트 아우쉬씨는 “평화의 사도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인이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전달했다.

교황은 5월 25일 오전 헬기 편으로 요르단 암만에서 베들레헴 예수 탄생 성당 구유광장으로 이동해 중동 성지 방문 둘째 날 일정을 시작했다. 2000년 3월 성 요한 바오로 2세와 2009년 5월 베네딕토 16세가 중동 성지를 방문했을 때와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거치지 않고 베들레헴으로 직행했다. 이스라엘의 승인 없이 팔레스타인 구역으로 들어간 것이다.

교황의 파격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헬리콥터에서 포프모빌에 옮겨 타고 구유광장으로 이동하던 중 교황은 예정에 없이 차에서 내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분리하는 ‘분리장벽’(Security Wall)으로 걸어가 이마를 벽에 대고 수 분간 침묵 속에 기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스라엘에서 ‘보안장벽’으로 부르는 이 장벽은 팔레스타인의 테러를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국경과 요르단강 서안을 따라 건설한 것으로 팔레스타인에서는 ‘분리장벽’이라 부른다.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보안장벽에 기대 선 교황의 침묵 속에는 분리장벽이 갖는 의미와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이들에 대한 분명한 의사 표현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예수 탄생 성당 구유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어린이들은 가족과 사회, 전 세계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드러내는 징표로 노동 착취와 영양 실조, 인신매매에 노출된 세계 도처의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우리는 수치를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미사가 끝나고 부활삼종기도를 드린 후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을 교황청으로 초대한다고 발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미사에 참례했던 아바스 수반은 그 자리에서 교황의 제의를 수락했고 페레스 대통령은 텔아비브 벤 구리온 국제공항에서 교황과 만나 교황청에서 아바스 수반과 정상회담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롬바르디 신부는 “역대 어느 교황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정상을 동시에 교황청에 초대한 적이 없다”며 두 정상이 언제 교황청에 올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예루살렘 대통령궁에서 페레스 대통령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존속할 권리는 국제적으로 인정된 범위에서 존중받을 수 있고 동시에 팔레스타인 국민들도 자신들의 영토에서 존엄하게 살면서 이동할 권리가 있다”고 말해 우회적으로 분리장벽에 대한 비판과 팔레스타인의 독립적 영토 인정을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교황은 구유광장 미사를 마치고 예루살렘으로 이동하기 전 미사에 참여한 유명인들을 뒤로하고 인근 팔레스타인 난민캠프를 방문했다. 중동 성지 방문 기간 내내 이어지는 파격행보의 연속이었다. 교황은 난민들에게 “지난 과거가 그대들의 삶을 결정하게 해서는 안 되며 항상 앞을 바라보면서 그대들이 진정 원하는 일에 힘을 쏟으라”고 당부했다.

교황은 25일 오후 예루살렘 주님 무덤 성당에서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를 비롯한 정교회 지도자들과 교회 일치기도회를 가졌다. 이번 중동 성지 방문의 핵심 일정이다. 일치기도회는 그리스도교 각 종단을 대표한 예루살렘 그리스 정교회 테오필로스 3세 총대주교의 개회로 시작됐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의 완전한 일치는 여전히 멀고 우리는 갈라져 있지만 일치를 향한 진보는 멈춰서는 안 된다”며 “주님 무덤을 막고 있던 돌이 치워졌듯이 우리의 일치를 가로 막는 장애물도 사라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교황은 이어 “종교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핍박받는 중동지역의 신앙인들을 위해 우리가 형제적 우애를 드러낼 때 ‘고통의 일치’, ‘피의 일치’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일치기도회 후에는 교황과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가 가톨릭과 정교회 간 신학적 대화 추구, 중동지역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우려 표시 등 총 10개 조항이 담긴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동 성지 방문 둘째 날인 5월 25일 베들레헴 구유광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기에 앞서 예정에 없이 ‘분리장벽’을 찾아 기도했다.【CNS】
 ▲ 교황과 바르톨로메오 총대주교가 5월 25일 주님 무덤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다.【C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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